본문 바로가기

영화

[영화] 사랑, 이별 그리고 치유에 대하여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언젠가 그대는 그 남자를 사랑하지 않게 될거야.." 라고 베르나르가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그대를 사랑하지 않게 되겠지.." 우리는 또 다시 고독하게 될 것이다. 그렇더라도 달라지는 건 없다. 거기엔 또다시 흘러가버린 1년이란 세월이 있을 뿐인 것이다. "그래요, 알고 있어요.." 라고 조제가 말했다. (훌륭한 구름 중에서) ■ 어떤 영화는 영화가 끝난 후에도 길을 가던 중에 갑자기 그 영화가 생각이 나서 눈물이 핑하고 돌게 하는 영화가 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나에게 그런 영화가 될 것 같다. 이 영화의 제목은 굉장히 독특하다. 제목을 봐서는 도저히 영화를 추측할 수 없다. 무슨 영화일까? 호랑이랑 물고기랑 뭘 했다는 걸까? 그리고 조제는 또 뭐야? ■ 영화는 빛바랜 .. 더보기
[영화] 인간이 신과 대면 하는 일_라이프 오브 파이 현대들 살아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도시에 거주한다. 도시는 거대한 인간의 집적체다. 자연에서 얻은 또는 가공한 인공물로 사람들은 건물을 만들고, 도로를 만든다. 하늘을 찌를 듯한 마천루를 보면서 사람들은 인간이 구축한 기술의 위대함을 느끼면서 다시금 인간이 만물의 영장임을 확인한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인간이 도시라는 공간 속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도시 속 삶에서 만나는 신은 도시적 스케일이다. 신이라는 존재의 장엄함 보다는 인간의 세속과 더 관련되어 보인다. 영화 Life of Pi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무한 평면의 바다 한 가운데로 밀어 넣는다. 그리고 끝없이 펼처진 바다 수면 위에서 인간은 한없이 작아지고, 자연은 그 자체로 장엄한 신의 스캐일로 다가온다. Pi는 바다 한 가운데에서 다양한 형.. 더보기
무엇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_내 아내의 모든 것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아내를 유혹하는 전설의 카사노바 "성기"는 매력적인 사람이다. 한 사람을 유혹하기 위해 달콤한 상황과 말들을 끊이 없이 내뱉은 성기씨는 무척 수컷스러우면서도 여성스럽다. 전설의 카사노바가 주방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하는 모습을 보라. 남자가 봐도 섹시하다. 영화 "아비 정전"의 명대사도 성기의 입을 거치면 이렇게 느끼하고 가슴이 울렁거릴 줄이야. 1960년 4월 16일 오후 3시 우린 1분 동안 함께 했어. 난 잊지 않을거야 우리 둘만의 소중했던 1분을 이 1분은 지울 수 없어. 이미 과거가 됐으니. 영화는 남녀 관계 뿐만아니라 사람들 간의 관계 속에서 "발언"이 가지는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것이 "불평 불만"으로 들릴지라도 "넌 너무 불평 불만이 너무 많어"라.. 더보기
사랑과 음란 사이의 미묘함에 대하여_음란서생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한석규의 이 한마디 대사를 던지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라고 생각한다. 정빈마마, 밖은 꽃이 만발하였습니다. 마마는 저를 놀리셨죠? 그러면서 즐거워하셨습니다. 갑자기 벌이 한 마리 날아들었고 제가 그걸 쫓아 드렸죠. 참... 참... 좋은 날이었습니다. 황공하옵게도 그날부터 한시도 마마를 제 머릿속에서 떠나 보낸 적이 없습니다. 다만 마음속에 음란한 상상이 자리잡아 그것이 사랑인지 아니면 음란한 욕심인지 분간이 안되었습니다. 분간이 아니되는데 어찌 사랑이라 쉽게 말하리오리까. 게다가 사랑이라 말하면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데 어찌 사랑이라 말하겠나이까. '사랑'과 '음란' 사이 그 틈의 미묘함과 애매함에 대하여 음란서생 (2006) Forbidden Quest 7.4 감독 김대우 출연 한.. 더보기
한국 자본주의 사회 속의 연애란?_멋진하루 "마석? 그게 어디야?" "춘천 가는 길 어디라는데, 암튼 뭐 사자마자 두 배쯤 올랐데." "나도 땅이나 사둘 걸 그랬나?" 영화는 두 남녀의 너무도 일상적인, 아니 일상적이 되어 버린 대화로 시작한다. 그리고 카메라는 경마장 풍경을 한번 훌 훑는다. "몰라 그냥 아무거나 찍어." "아.. 나 경마는 공부 안해봤단 말야." 부동산과 경마, 주식, 사람들은 온통 먹고사니즘에 집중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1년전 연인이었던 희수와 병운이 채무관계로 재회하는 모습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경마장에서 병운과 마주친 희수가 건낸 첫마디. "돈 갚아." 희수는 서른을 훌쩍 넘었다. 그리고 애인도 없다. 직장도 없다. 통장도 바닥이다. 완전 노처녀 백조다. 불현듯 병운에게 빌려준 350만원이 생각났다. 그래서 결심한.. 더보기
현재 진행형의 블랙코미디_하녀 영화는 한국 도시 속의 여성들을 카메라로 비추며 시작한다.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며 노는 여자들 술을 마시고 음식을 즐기는 여자들도 보이지만 대부분 노동을 하는 여성들이 보인다. 서빙을 하는 여성, 음식물 쓰레기통을 비우는 여성 그리고 음식점 주방에서 조리를 하는 여성들. 그들에게 담배를 피우는 자투리 시간조차 용납되지 않는다. 24시간 쉬지 않고 노동을 하지만 그들에게 돌아오는 돈은 쥐꼬리 만큼이다. 그들이 이러한 노동의 굴레를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런 광경 속에서 어느 여성이 옥상난간에서 투신 한다. 그리고 뼈가 아스팔트에 부딪혀 으스러지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짧은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일 뿐, 한 여성의 죽음은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외면된다. 아무도 그녀가 왜 옥상.. 더보기
나비가 되고 싶었던 어느 애벌레의 죽음_화차 화차 감독 변영주 (2012 / 한국) 출연 이선균,김민희,조성하 상세보기 영화는 다양한 텍스트로 해석될 수 있다. 어떤 이는 화차를 스릴러 영화로 읽을 것이고 어떤 이는 가녀린 여인의 운명을 그린 비극적 영화로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읽은 화차는 사회적 영화다. 영화는 검붉은 피를 뒤집어 쓴 나비가 그곳에서 헤어나오려 발버둥치는 모습을 긴장감 있게 그린다. 그녀는 왜 그 진창에 빠지게 되었는가. 결국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는 한국이라는 사회 시스템 때문이라는 것. IMF, 신용 불량, 사채로 이어지는 사회의 어두운 구렁텅이에서 그녀를 구해주는 손길은 보이지 않는다. 철저히 혼자이나 언제나 "불량"이라는 족쇄를 차고 기어다니는 애벌레. 그것이 바로 그녀의 삶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그 애벌레.. 더보기
영화야 미안해_김혜리_영화를 짝사랑하는 소녀의 연애 편지 김혜리 기자의 영화야 미안해 국내도서>예술/대중문화 저자 : 김혜리 출판 : 강 2007.09.28상세보기 나에게 평론가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심상은 날카로운, 냉철한, 분석적인 같은 형용사들이다. 대부분 소위 남성적인 이미지들이다.자신과 평론 대상을 분리시키고 해부하듯 대상의 의미를 파고느는 모습의 사람들을 "남성적인" 평론가들이라고 하자. 그들은 보통 대상의 본질을 알아냈다고 또는 아무것도 없는 너를 한 껏 비웃어주겠다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영화 평론가 김혜리는 그런 평론가는 아닌 것 같다. 그녀의 글을 읽노라면, 늦은밤 다락방에 있는 조그만 책상 앞에 앉아 첫사랑에게 편지를 쓰는 수줍은 소녀의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첫사랑의 대상은 당연이 영화다. 그리고 그녀는 수줍게 말한다. "영화야.. 더보기
페어러브_결핍과 사랑 사이에서 페어러브 감독 신연식 (2009 / 한국) 출연 안성기,이하나 상세보기 사진기는 복잡한 기계다. 수많은 기계 부품들이 오밀조밀 유기적으로 모여 하나의 정밀한 사진기를 만든다. 그래서 부품 하나만 잃어버려도 고장이 나기 일수다. 수 십년 동안 카메라를 고쳐 온 남자가 있다. 그의 삶은 카메라 속 부품이 작동하는 것처럼 째깍째깍 돌아간다. 그런 삶 자체가 자신이 생각하기에 안정적이고 부족한 것도 없기 때문에 그는 그만의 삶에 만족하면서 산다. 그는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 사느니 혼자 마음 편하게 사는게 낫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지만 기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사랑이 찾아온다. 여기서 나이는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사랑은 결핍에서 온다는 사실이다. 사랑을 하는 순간 우리는.. 더보기
안경(めがね)_휴식과 일탈 그리고 삶에 대한 메타포 휴식 인간의 삶은 자체가 구속일 수 있다. 나이를 먹고 그에 따라 의무와 역할이 주어지게 되면 삶이 거미줄처럼 우리의 숨을 조여 온다. 그러다 보면 우리는 자신의 내면보다는 주위에 휘둘리게 되고 내가 가는 길이 정말 내가 원해서 가는 것인지 아니면 남들이 욕망하는 것을 내가 욕망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되묻게 된다. 따라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휴식이다. 하지만 우리는 휴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해 본적이 있었던가? 여름이면 수많은 사람들이 기나긴 휴가 행렬에 동참한다. 바닷가로 산으로 아둥바둥 다시 사람들이 모인다. 길게 늘어선 차들과 사람들의 행렬 속에서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다시 휴식과 멀어지게 된다. '쉰다는 것'은 '관광한다는 것'과 동의어가 아니다. 관광은 목적이 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