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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영화

나비가 되고 싶었던 어느 애벌레의 죽음_화차

화차
감독 변영주 (2012 / 한국)
출연 이선균,김민희,조성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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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다양한 텍스트로 해석될 수 있다. 어떤 이는 화차를 스릴러 영화로 읽을 것이고 어떤 이는 가녀린 여인의 운명을 그린 비극적 영화로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읽은 화차는 사회적 영화다. 영화는 검붉은 피를 뒤집어 쓴 나비가 그곳에서 헤어나오려 발버둥치는 모습을 긴장감 있게 그린다. 그녀는 왜 그 진창에 빠지게 되었는가. 결국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는 한국이라는 사회 시스템 때문이라는 것. IMF, 신용 불량, 사채로 이어지는 사회의 어두운 구렁텅이에서 그녀를 구해주는 손길은 보이지 않는다. 철저히 혼자이나 언제나 "불량"이라는 족쇄를 차고 기어다니는 애벌레. 그것이 바로 그녀의 삶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그 애벌레는 그토록 나비로 태어나고 싶었을 것이다. 자신이 애벌레였다는 것을 상상도 할 수 없는 새로운 존재인 나비로. 하지만 한 통의 전화로 인해 그녀의 삶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다시 싸늘한 사회로 내몰린 그 나비는 세입자들의 허망한 죽음으로 기억되는 "용산참사"의 사회적 상처가 잔존하는 "용산역"의 옥상까지 내몰리게 된다. 그리고 "출구는 모두 봉쇄되었으니까 더이상 갈 곳이 없다."는 형사의 한마디는 그녀를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하늘을 날아보려고 날개짓을 하는 그녀. 그러나 피에 젖은 날개로 나비는 날 수 없는 법. 남은 건 그저 퍼덕이며 퍼덕이며 숨은 거두는 일 뿐.

나비가 되고 싶었던 어느 애벌레의 슬픈 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