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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강연] 김훈이 바라본 수능시험날 풍경 사근동 길을 너머 기숙사로 돌아오는 길, 오마이TV에서 진행한 김훈 '공무도하' 저자와의 대화를 이어폰을 끼고 들었다. 김훈은 강의 주제가 '공무도하' 저자와의 대화임에도 불구하고 책 내용 대신에 그가 바라본 이번 수능날 풍경을 담담하게 묘사했다. 그는 말로 그의 생각을 전달하였지만 마치 그의 책 속의 글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간결하고 신중한 문장들이 무겁게 담겨나왔다. 그는 지극한 현실론자였다. 그 누구보다 삶이 비정하고 비루하고 고통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이전에 그의 에세이집 "밥벌이의 지겨움"을 읽었던 기억이 났다. 그리고 유독 아래의 문장이 떠올랐다. "밥벌이의 지겨움 中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 김훈" 돈이 있어야 밥을 먹을 수 있다. 우리는 구석기의 사내들처럼 자연으로부터 직접 먹을거리를.. 더보기
너의 목소리를 들을 때 강유림(Kang Yoo-Lim)_타인 관조 http://www.mu-um.com/art/artwork_view.php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_김훈 사람의 목소리는 경험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추억을 끌어당겨 준다. 사람의 목소리에는 생명의 지문이 찍혀 있다. 이 지문은 떨림의 방식으로 몸에서 몸으로 직접 건너오는데, 이 건너옴을 관능이라고 말해도 무방하다. 그러므로 내가 너의 목소리를 들을 때, 나는 너를 경험하는 것이다. p250 더보기
자전거를 저어가는 남자_자전거 여행_김훈 너의 빈자리를 너라고 부르며 건널 수 없는 저녁 썰물의 갯벌 만경강에 바친다 ■ 김훈은 자전거를 저어간다고 한다. 땅의 저항과 싸우며 페달을 한발 한발 저으면 세상의 길들이 몸속으로 흘러 들어온다고 한다. 그는 늙은 풍륜(風輪)을 타고 태백,노령,소백, 차령산맥들과 수많은 고개를 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가장 빈곤한 한 줌의 언어와 한 자루의 연필로 글을 썼고, 말하여질 수 없는 것들의 절벽 앞에서 몸을 떨었다고 한다. ■ 그의 글에는 삶에 대한 냉소와 삶에 대한 연민이 모두 있다. 그의 글은 조금 허무주의적으로 느껴진다. 아니 허무함이 나에게 스밀 무렵 내가 이 글을 읽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 군대 첫 번째 휴가 때 들고 갔었던 책이 [자전거여행]이다. 자전거여행은 아니었지만 이곳저곳을 돌아다녔.. 더보기
참을 수 없는 삶의 가벼움과 무거움에 대하여_화장_김훈 “운명하셨습니다.” 당직 수련의가 시트를 끌어당겨 아내의 얼굴을 덮었다. 시트 위로 머리카락 몇 올이 빠져나와 늘어져 있었다. 심전도 계기판의 눈금이 0으로 떨어지자 램프에 빨간 불이 깜박거리면서 삐삐 소리를 냈다. …휴대폰이 죽는 소리는 사소했다. 맥박이 0으로 떨어지면서 아내가 숨을 거둘 때도 심전도 계기판에서 그런 하찮은 소리가 났다. ■ 인간의 죽음이라는, 어떻게 보면 가장 무겁고 비감한 현실에 맞닥뜨린, '나'는 정작 슬픔이나 애통함을 별로 보이지 않는다. 죽음이라는 커다란 절벽 앞에서 사람이 어떻게 할 수 없음에 절망하고 체념한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죽음에 대해 망각하고 살아간다. 그러다 가끔 나의 존재가 언젠가는 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삶이 허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