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빈자리를
너라고 부르며
건널 수 없는
저녁 썰물의 갯벌
만경강에 바친다
■ 김훈은 자전거를 저어간다고 한다. 땅의 저항과 싸우며 페달을 한발 한발 저으면 세상의 길들이 몸속으로 흘러 들어온다고 한다. 그는 늙은 풍륜(風輪)을 타고 태백,노령,소백, 차령산맥들과 수많은 고개를 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가장 빈곤한 한 줌의 언어와 한 자루의 연필로 글을 썼고, 말하여질 수 없는 것들의 절벽 앞에서 몸을 떨었다고 한다.
■ 그의 글에는 삶에 대한 냉소와 삶에 대한 연민이 모두 있다. 그의 글은 조금 허무주의적으로 느껴진다. 아니 허무함이 나에게 스밀 무렵 내가 이 글을 읽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 군대 첫 번째 휴가 때 들고 갔었던 책이 [자전거여행]이다. 자전거여행은 아니었지만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여행을 통해 내 속의 허무를 소진시키고 싶었다. 길을 걸으며 바다를 바라보며 허무함을 풍화시키고 싶었다.
■ 김훈의 글은 나같이 감성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읽기에 쉽지 않다. 그의 글속에 이어지는 수사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길을 잃어 잠으로 빠져들기 일수다. 하지만 그의 글은 머릿속을 맴도는 매력이 있다.
■ 날씨가 아쌀한 가을날에 [자전거여행]을 읽으면 좋겠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그처럼 여행을 떠나지는 못하지만, 마음만으로도 그처럼 배낭을 메고 자전거를 한발 한발 저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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