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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수필과 소설

[독서] 삶을 바꾸는 책읽기_정혜윤_"당신이 무슨 책을 읽는 지 말해준다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겠습니다."





정혜윤의 "삶을 바꾸는 책읽기"는 교보문고 자기개발서 서가에 진열되어 있었다. 정혜윤이라는 작가를 생각하면 제목만 보고 이런 무지한 도서 배치를 할 수 있는가?하는 생각에 헛웃음이 나왔지만, 자기 개발이란 의미를 다시 곱씹어보니 그 서가에 꼳혀있는 다른 어떤 책보다 참된 자기 계발서로 읽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정혜윤은 이 책에서 경어체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글이 차분하고 주의깊게 읽게 된다. 이 책이 내가 읽은 정혜윤의 처음 책이라서 그런지 정혜윤이 차분하고 조용한 여성인 줄 았았다. 이 책을 읽고 정혜윤의 "침대와 책"을 읽고, 처음 든 생각은 "아, 속았다."였다. 아니, 이렇게 관능적인 글 (그 책의 부제가 '지상에서 가장 관능적인 독서기' 였다.)을 쓰는 여성일 줄이야.


정헤윤은 그녀가 자주 듣는 "책 읽기"에 관한 10가지 질문에 대해 그녀의 방식으로 대답해 준다. 그녀의 이야기 방식은 직설적이지 않다. 그녀가 읽은 여러 책의 구절들과 경험들을 재료로 자신의 이야기로 만든다. 그래서 이 책속의 많은 인용구들이 정혜윤이 직접 쓴 문장들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녹아내려 우리에게 들어온다. 그녀는 이 책으로 "책 읽기"를 어떻게 우리의 삶의 재료로써 쓸 수 있는지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는 [인어 공주]를 읽으면서 뭔가를 얻기 위해선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빨간 망토]를 읽으면서 세상에 친절한 할머니 목소리를 내는 늑대가 우글거린다는 것을, [아기 돼지 삼형제]를 읽으면서는 세상에 내 집을 부서뜨리거나 나를 잡아먹으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엇보는 늑대가 우글거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드라큘라]를 읽으면서는 아무리 오래 살아도 영혼이 없으면 남들의 피나 빨아 먹고 살 수밖에 없단 걸 알게 되었고신 포도니 따 먹지 말라는 [이솝우화]의 여우같은 짓은 하지말자고 다짐했습니다._152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다. 내 인생에 있어서도 몇가지 중요한 책이 있다. 그 중 하나는 진중권의 "미학오딧세이 1,2,3"이었고 다른 하나는 이진경의 "철학과 굴뚝청소부"였다. 둘 다 수준이 높지 않은 대중 교양서이지만 내게 준 지적 충격은 굉장한 것이었다. 이 두 책은 그 전까지 내가 바라보고 있던 세상을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는 안경을 주었다. 학교에서 배웠던 일괄적인 지식이 아닌 세로운 세계관. 세상을 읽을 수 있는 새로운 틀. 그리고 그 책에서 경험한 것들이 내 삶의 방향을 바꾸었다. '책 읽기'는 새로운 세계을 만나는 것과 비슷하다. 종이 안에 인쇄되어 있는 활자들(물질성)은 책 읽는 행위를 통해서 우리의 세계관(비물질성)에 변화를 일으킨다. 책을 읽으면서 많은 질문들이 떠올랐다. 



- 현대 사회에서 '나'라는 존재는 무엇일까? 

- 자아란 무엇일가? 나라는 고유한 자아는 존재하는 것인가?

- 내가 지금 원하는 것은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일까 아니면 사회가 원하는 것을 원하는 것일까?

- 왜 우리는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일까? 그렇다면 아름다움은 무엇일까?

- 태어나고 죽는 인생은 왜 존재하는 걸까? 그리고 그것을 의미있게 보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 욕망에 충실하는 것이 삶은 후회없이 사는 방법일까?

...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찾으려 다른 책들도 뒤적뒤적 거렸다. 어떤 책은 뻔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또 어떤 책에서는 도무지 알아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때론 죽비로 맞은 것처럼 정신 번쩍드는 책들도 만나보았다. 그렇게 하나 하나 책 읽기의 퇴적물들이 쌓이고 지금의 내가 있다. 내가 읽은 책들은 먹을 수 없는 종이 뭉치였지만 결국 내 삶의 일부분이 되었다.  


 책은 우리 영혼을 통해 꿈을 꾸는 존재입니다책은 누군가 미래를 위해다가올 세대를 위해한마디 남겨 놓은 흔적들입니다책은 원시인이 동굴에 남겨 놓은 벽화와 같은 정신을 나눠 갖습니다꼭 하고 싶은 한마디를 동굴 벽에 새겨 놓은 것과 같습니다장밋빛 환상을 유표시키는 책이 아니라뻔한 상식이나 원한 감정이나 음모론으로 가득한 책이 아니라 고통과 불안을 직시한 책들만이 우리를 구해 줄 수 있습니다._123



결국 책 읽기는 나를 만들어가는 하나의 과정이다. 변화를 원한다면 새로운 세계를 마주해야하고 책 읽기는 그 길을 제시해준다. 중요한 것은 그 세계를 만났을 때, 그 책에 쓰여져 있는 길을 세상의 길로 바꾸는 발걸음일 것이다. 



 당신이 책을 읽고 무엇을 하는지 말해 주십시오.” 이것이 “‘그렇게’ 살아도 돼요?”에 대한 대답입니다그런데 이번엔 도서관 버스 기사 아저씨뿐만 아니라 여러분과 저 모두가 답입니다._242-3




삶을 바꾸는 책 읽기
국내도서
저자 : 정혜윤
출판 : 민음사 2012.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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