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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수필과 소설

[독서] 삶을 바꾸는 책읽기_정혜윤_"당신이 무슨 책을 읽는 지 말해준다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겠습니다." 정혜윤의 "삶을 바꾸는 책읽기"는 교보문고 자기개발서 서가에 진열되어 있었다. 정혜윤이라는 작가를 생각하면 제목만 보고 이런 무지한 도서 배치를 할 수 있는가?하는 생각에 헛웃음이 나왔지만, 자기 개발이란 의미를 다시 곱씹어보니 그 서가에 꼳혀있는 다른 어떤 책보다 참된 자기 계발서로 읽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정혜윤은 이 책에서 경어체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글이 차분하고 주의깊게 읽게 된다. 이 책이 내가 읽은 정혜윤의 처음 책이라서 그런지 정혜윤이 차분하고 조용한 여성인 줄 았았다. 이 책을 읽고 정혜윤의 "침대와 책"을 읽고, 처음 든 생각은 "아, 속았다."였다. 아니, 이렇게 관능적인 글 (그 책의 부제가 '지상에서 가장 관능적인 독서기' 였다.)을 쓰는 여성일 줄이야. 정헤윤은 .. 더보기
자전거를 저어가는 남자_자전거 여행_김훈 너의 빈자리를 너라고 부르며 건널 수 없는 저녁 썰물의 갯벌 만경강에 바친다 ■ 김훈은 자전거를 저어간다고 한다. 땅의 저항과 싸우며 페달을 한발 한발 저으면 세상의 길들이 몸속으로 흘러 들어온다고 한다. 그는 늙은 풍륜(風輪)을 타고 태백,노령,소백, 차령산맥들과 수많은 고개를 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가장 빈곤한 한 줌의 언어와 한 자루의 연필로 글을 썼고, 말하여질 수 없는 것들의 절벽 앞에서 몸을 떨었다고 한다. ■ 그의 글에는 삶에 대한 냉소와 삶에 대한 연민이 모두 있다. 그의 글은 조금 허무주의적으로 느껴진다. 아니 허무함이 나에게 스밀 무렵 내가 이 글을 읽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 군대 첫 번째 휴가 때 들고 갔었던 책이 [자전거여행]이다. 자전거여행은 아니었지만 이곳저곳을 돌아다녔.. 더보기
참을 수 없는 삶의 가벼움과 무거움에 대하여_화장_김훈 “운명하셨습니다.” 당직 수련의가 시트를 끌어당겨 아내의 얼굴을 덮었다. 시트 위로 머리카락 몇 올이 빠져나와 늘어져 있었다. 심전도 계기판의 눈금이 0으로 떨어지자 램프에 빨간 불이 깜박거리면서 삐삐 소리를 냈다. …휴대폰이 죽는 소리는 사소했다. 맥박이 0으로 떨어지면서 아내가 숨을 거둘 때도 심전도 계기판에서 그런 하찮은 소리가 났다. ■ 인간의 죽음이라는, 어떻게 보면 가장 무겁고 비감한 현실에 맞닥뜨린, '나'는 정작 슬픔이나 애통함을 별로 보이지 않는다. 죽음이라는 커다란 절벽 앞에서 사람이 어떻게 할 수 없음에 절망하고 체념한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죽음에 대해 망각하고 살아간다. 그러다 가끔 나의 존재가 언젠가는 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삶이 허무.. 더보기
우리가 하늘 날 수 있을 만큼 가벼웠을 때_좀머씨 이야기_파트리크 쥐스킨트 *좀머씨 이야기_파트리크 쥐스킨트 ■ 『좀머씨 이야기』는 『향수』를 지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작품이다. 이 책은 머리 식히기 용으로 읽기 좋은 책이다. 『꼬마 니콜라』의 장 자크 상페의 삽화도 보는 이를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날 좀 내버려두란 말이오!" ■ 텅 빈 배낭을 짊어지고 기다랗고 이상하게 생긴 지팡이를 손에 쥐고 뭔가 시간에 쫓기는 사람처럼 잰 걸음으로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매일 걸어 다니는 좀머씨는 어린 소년의 마음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이 소설은 성장 소설이다. 정작 제목인 좀머씨는 이 소설에 고작 세 네 군대 밖에 나오질 않는다. 오래 전, 수년, 수십 년 전의 아주 오랜 옛날, 아직 나무타기를 좋아하던 시절에 내 키는 겨우 1미터를 빠듯이 넘겼고, 내 신발은 28호였으며,.. 더보기
데미안과 노르웨이의 숲_상실의 시대_무라카미 하루키 ■ 세계 1차 세계 대전에 참전한 젊은이들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가슴에 품고 전장에 나섰다. 그 시절 젊은이들은 『데미안』을 읽으며 고뇌하는 자신의 청춘과 만났다. 1980년대 젊은이들은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의 숲』을 읽으면서 고뇌하는 청춘과 사랑의 슬픔 그리고 시대의 상실을 공유했다. 우리나라에서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꾸준히 읽혀온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의 숲』은 지성인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소설로 여겨져 왔다. 도대체 어떤 소설이길래 이런 평가를 받는 것일까? 한때 이 책을 읽으면 허무주의에 빠질 수 있다는 아버지의 말씀에 책읽기를 미루어 왔다. 그리고 스물한 살이 되는 해가 되어서야 『상실의 시대』와 만나게 되었다. ■ 이 소설의 화자 '나'의 모습은 지금 시대를 살.. 더보기
침묵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소유하는 일_산에는 꽃이 피네_법정 ■ 시험기간은 지루하다. 공부할 것은 많지만 하루종일 도서관에 있는 일은 정말로 고역이다. 잘 봐야한다는 중압감으로 마음은 답답하고 귓가에는 째깍째깍 돌아가는 무심한 시계소리만 들린다. 하지만 시험기간에 법정스님의 『산에는 꽃이 피네』와 함께하는 것은 어떨까? 예전에 시험공부가 지루하고 마음이 답답할 때면 책상 옆에 놓아둔 이 책을 읽었다. (공부는 안하고 시험기간에 다 읽어버렸다.) 고등학교 때에는 뻔한 얘기라고 생각해서 조금 읽다가 책을 덮었었다. 그런데 이 책을 다시 읽어보니 정말 마음에 와 닿는 글들이 담겨있었다. ■ 이 책은 『무소유』 법정 스님의 글을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류시화님이 엮은 책이다. 표지도 아주 깔끔하다. 작은 붉은 색 꽃과 그 아래 조그맣게 집이 그려져 있다. 표지 하나만으.. 더보기
내가 다시 열네살로 돌아간다면? _ 열네살 _ 다니구치 지로 꽃이 지기 전 나는 봄으로 돌아갔다... “그 이상한 일이 일어난 것은 교토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에서였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이야기는 누구나 꿈꾸는 판타지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나카하라는 48세의 중년 남자다. 쿄토 출장에서 돌아오던 중 그는 자신도 모르게 고향으로 향하는 기차를 타게 된다. 고향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그는 자신이 “48세”가 된 것을 자각한다. “48세...” “내가 벌써...돌아가신 어머니와 똑같은 나이가 되었어....” ■ 오랜만 찾은 어머니의 묘소에서 나비 한 마리가 날아들고 그는 호접몽처럼 잠에 빠져든다. 그리고 마법처럼 “14세”의 나카하라로 돌아간다. 14살로 돌아간 나카하라. 그의 삶은 다시 활기로 가득찬다. “나는 다시 한번 14세의 시간을 살아가는 행복을 되새.. 더보기
타오르는 불꽃같은 생에 대하여_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_전혜린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_전혜린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처음에 전혜린의 글을 읽는 것이 조금 두려웠다.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그녀. “고독”과 “허무” 그리고 “죽음”처럼 우울한 단어들이 나에게 스며들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글을 읽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내가 예상했던 것들은 모두 기우였다. 그리고 나는 그녀, 전혜린을 만났다. "노을이 새빨갛게 타는 내 방의 유리창에 얼굴을 대고 운 일이 있다. 너무나 광경이 아름다와서였다. 내가 살고 있다는 사실에 갑자기 울었고 그것은 아늑하고 따스한 기분이었다. 또 밤을 새고 공부하고 난 다음날 새벽에 닭이 일제히 울 때 느꼈던 생생한 환희와 야생적인 즐거움도 잊을 수 없다. 머리가 증발하는, 그리고 혀에 이끼가 돋아.. 더보기
지구별 여행자의 일기장_끌림_이병률 끌림 국내도서>여행 저자 : 이병률 출판 : 달 2010.07.01상세보기 2010년 8월 21일. 호주 출장에 가지고 갈 옷가지들을 모두 싸고 나서, 한동안 책장을 바라보았어. ‘이번에는 무슨 책을 가지고 갈까?’ 결국 이 책 저 책을 뒤적이다가 이병률의 '끌림‘을 골랐지. 저자의 10년 동안의 여행 기록이 담긴 산문집. 그런데 왜 저자는 제목을 ’끌림‘이라고 지었을까. 끌림의 기본적 속성을 당기는 어떤 것이라고 한다면, 무엇이 그토록 그를 끌어당겨서 세계 곳곳으로 이끌었을까. 공항에 도착해서 책을 펼쳐들었어. 책 속에는 그의 여행 속 수많은 시진과 글들이 빼곡하게 담겨 있었지. 작가는 캐논 수동카메라를 들고 여행을 다녔대. 그리고 시간을 사진과 글로 켜켜이 수집해 놓았지. 그가 찍은 사진은 그가 받은.. 더보기
밤 하늘에 별처럼 반짝이는 금언_처음처럼_신영복 처음처럼 (양장) 국내도서>시/에세이 저자 : 신영복 출판 : 랜덤하우스 2007.02.01상세보기 멀리 타국에 있을 때, 나에게 힘이되고 위로가 되었던 신영복 선생의 "처음처럼". 항상 처음처럼. 초심을 기억하고 실천해 나가자.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고 일어서는 새싹처럼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저녁 무렵에도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 다시 새날을 시작하고 있다."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입니다." "과거를 다시 체험하고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재구성하는 일은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자기 자신과 정면으로 대면하는 일입니다." "국가의 경우든 개인의 경우든 정체성의 기본은 독립에 있습니다. 어떠한 권위에도 기대지 않고 어떠한 역경에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