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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수필과 소설

지구별 여행자의 일기장_끌림_이병률

끌림
국내도서>여행
저자 : 이병률
출판 : 달 201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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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21일. 호주 출장에 가지고 갈 옷가지들을 모두 싸고 나서, 한동안 책장을 바라보았어. ‘이번에는 무슨 책을 가지고 갈까?’ 결국 이 책 저 책을 뒤적이다가 이병률의 '끌림‘을 골랐지. 저자의 10년 동안의 여행 기록이 담긴 산문집. 그런데 왜 저자는 제목을 ’끌림‘이라고 지었을까. 끌림의 기본적 속성을 당기는 어떤 것이라고 한다면, 무엇이 그토록 그를 끌어당겨서 세계 곳곳으로 이끌었을까.

 

공항에 도착해서 책을 펼쳐들었어. 책 속에는 그의 여행 속 수많은 시진과 글들이 빼곡하게 담겨 있었지. 작가는 캐논 수동카메라를 들고 여행을 다녔대. 그리고 시간을 사진과 글로 켜켜이 수집해 놓았지. 그가 찍은 사진은 그가 받은 인상들의 모음일거야. 보통 그 순간의 감정을 소유하고 싶을 때가 바로 셔터를 누르는 순간이거든. 특히 수동 카메라는 말이지. 그의 글은 책상에 앉아서 쓴 잘 정돈된 산문이라기보다는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길거리의 계단이나 여행자들이 머무는 허름한 식당에 앉아 생각나는 대로, 떠오르는 대로 노트에 연필로 자유롭게 끄적인 글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 그래서 조금 두서가 없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감정이 살아있는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나는 언제부턴가 출장을 갈 때면 항상 로모(Lomo) 카메라를 들고 가곤 해. 디지털 카메라로 찍는 사진은 즉석 요리를 먹는 느낌이 들거든. 하지만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숙성된 발효 음식을 먹는 느낌이야. 시간이 지난 후에, 물론 잘못되어 맛이 뭉개질 수도 있지만, 셔터를 눌렀을 때의 느낌과 현상되어 나온 사진이 화학반응 하는 맛은 참 오묘하지. 어떨 땐, 시큼한 식초 맛, 향기로운 와인 맛, 또 때론 구수한 된장 맛도 나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야. 이번 출장에서도 필름 네 통을 찍었어. 물론 건진 사진은 그리 많지 않았지. 그래도 망친 사진 역시 내 기억 속에 떠 있는 부표처럼 그 때를 떠올리게 하는 소중한 기표들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