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보다/영화

안경(めがね)_휴식과 일탈 그리고 삶에 대한 메타포



 


휴식

 

인간의 삶은 자체가 구속일 수 있다. 나이를 먹고 그에 따라 의무와 역할이 주어지게 되면 삶이 거미줄처럼 우리의 숨을 조여 온다. 그러다 보면 우리는 자신의 내면보다는 주위에 휘둘리게 되고 내가 가는 길이 정말 내가 원해서 가는 것인지 아니면 남들이 욕망하는 것을 내가 욕망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되묻게 된다. 따라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휴식이다. 하지만 우리는 휴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해 본적이 있었던가?

 

여름이면 수많은 사람들이 기나긴 휴가 행렬에 동참한다. 바닷가로 산으로 아둥바둥 다시 사람들이 모인다. 길게 늘어선 차들과 사람들의 행렬 속에서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다시 휴식과 멀어지게 된다. '쉰다는 것'은 '관광한다는 것'과 동의어가 아니다. 관광은 목적이 있지만 진정한 휴식은 목적이 없다. 쉼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아니 세상일에 대해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이다. 브레이크가 고장난 폭주 기관차같은 삶에서 뛰어내려 자신의 삶에 대해 사색해보는 것. 그것이 여행이고 진정한 쉼이 아닐까.




 

 

 




규정함에 대한 불안과 모호함에 대한 확신

 

인생의 경로가 몇시 몇초 정확히 지나가는 버스시간처럼 규정되어 있다고 믿는다면 우리의 삶은 확신에 차있기 보다는 불안으로 차있을 것이다. 조금만 계획된 경로와 어긋나게 되면 다른 길이 없다는 생각에 좌절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생이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힘들어하거나 불안해하지 말자. "중요한 것은 조급해 하지 않는 것. 초조해하지 않으면 반드시..."될 것이라고 느긋하게 믿자. 가도가도 길이 보이지 않더라도 "왠지 불안해지는 지점에서 2분정도 더 참고 가면"거기에 내가 바라던 그 곳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




 




무엇이 자유인지 알고 있다.
“길을 똑바로 가도록”
“깊은 바다에는 다가가지 말도록”
따위의 그런 당신 말은 팽개치고 왔다.
달빛은 어느 길에나 쏟아진다.
어둠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는 보석과 같다.
우연히도 인간이라 불리우며 이곳에 있는 나.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가?
무엇과 싸워 왔는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짐을 내려놓을 즈음
좀 더 힘을
부드러워 질 수 있는 힘을
무엇이 자유인지 알고 있다.
무엇이 자유인지 알고 있다.

 


 

관계로부터의 자유

 

"유지씨와 사쿠라씨는 어떤 관계인거죠?"

"굉장한 관계요."

 

우리는 서로를 관계짓지 않을 때 자유로울 수 있다. 그가 누구이고 그녀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는다. 사물 간 관계를 화폐의 관계로 얽매지 말자. 빙수의 가치는 고정된 화폐의 가치로 규정할 수 없다. 빙수의 가치는 배추와도 등가가 될 수 있고, 어린 아이가 그린 조그만 그림과도 그리고 아름다운 즉흥 연주와도 교환될 수 있다. 우리의 삶을 화폐의 가치로 환원하거나 등가로 생각하지 말자. 그럴수록 삶은 숫자처럼 건조해지고 돌꽃처럼 향기가 나지 않을 것이다.

 



 

 


여행

 

"교수님, 여행은 문득 시작되지만 영원히 지속되진 않는 거죠."

 

일탈이 일상으로의 회귀를 전제하듯이 여행도 '돌아옴'을 전제로 한다. 휴식이 지속되어 일상이 되면 더이상 그것은 휴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쿠라씨가 봄에만 찾아오는 것처럼, 건강한 삶은 지리한 일상과 사색하는 휴식의 순환이어야 한다. 벗꽃은 봄에만 피어나기 때문에 아름답고 기다려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