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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파리/프랑스] 파리의 밤 거리 그리고 공원 측정을 마치고 대학가(어느 대학인지 잘 생각이 안난다.) 주변에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대학가가 음식값이 싸다는 이유가 가장 컷다. 파리 뒷골목을 이리저리 서성거리다가 맘에 드는 식당을 찾았다. 저녁 식사는 7시 이후에 식당을 개시한다고 한다. 드디어 저녁 7시.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식당 안에는 외가집에서 맡았던 친숙한 메주 냄새같은 것이 났다. 식당안은 어두컴컴했지만 양초가 내뿜는 빛이 더없이 따뜻했다. 식당 주인 아저씨가 우리에게 메뉴판을 건냈다. 영어가 없었다. 영어 메뉴판이 있냐고 물었더니 당당히 없다고 한다. 그래서 옆에 앉은 학생들에게 메뉴를 가리키며 이게 무슨 음식이냐고 서툰 영어로 물었다. 그랬더니 다 고기란다. 그래서 아무거나 시켰다. 빵은 고소했고, 스테이크는 부드러웠으며,.. 더보기
[파리/프랑스] 파리 공원 답사 Parc André Citroën 파리 공원 답사. 파리 공원의 소리를 담기 위해 아침부터 파리 Parc André Citroën 공원으로 발걸음을 서둘렀다. 그 날 보아야할 공원만 세 곳이었다. 시간은 부족했지만 마음은 여유롭게 공원을 둘러본다. 첫 번째 Parc André Citroën 공원은 프랑스 조경 디자이너 Gilles Clément 와 Alain Provost, 그리고 건축가 Patrick Berger, Jean-François Jodry 와 Jean-Paul Viguier 가 설계했다고 한다. 공간과 건물 그리고 식물까지 기하학적인 구조 안에 들어가도록 설계되어 있다. 기하학적인 공간은 우리의 시각적 풍경을 투시도처럼 재단하여 독특한 공간감을 형성해 준다. 마치 공원 전체가 거대한 건축물과 같이 다양한 재료로 형성된 공간으.. 더보기
[파리/프랑스] 에펠탑이 보이는 파리 에펠스타 민박에서 파리 드골 공항에 저녁 늦게 내려 예약해 논 숙소로 가는 길. 처음 타보는 파리 지하철. 블랑블랑 굴러가는 불어들이 들리고 역사에서 프렌치 키스를 나누는 연인들을 힐끔 힐끔 훔처본다. 이게 파리구나. 에펠 역에 도착하니 흑인들이 철사로 만든 에펠탑을 팔기 위해 역문 앞에 몰려있다. 오랜지색 가로등이 파리 밤거리를 비추고, 길치인 나를 마중나온 HS형과 반갑게 조우한다. HS형은 저 멀리 미대륙에서 파리로 나보다 하루 먼저 날라왔다. 민박에 도착해보니 창문으로 에펠탑이 보인다. 파리 미인을 만난냥 탄성이 절로 나온다. 그리고 들뜬 마음에 여느 관광객들처럼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새벽 1시가 넘으니 오랜지색 등불에서 눈꽃 같은 하얀 조명이 반짝거렸다. http://www.eiffel-star.com/ 더보기
[파리/프랑스] 파리로 가기전 스톡홀름 공항에서 2012년 HOSANNA meeting에 참석하기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여행을 가기전 (물론 출장을 여행이라 부르기는 다소 힘들지만) 여행객이 가장 들뜨는 장소는 단연 공항일 것이다. 어디론가 떠나려는 사람들이 모인 장소. 공항. 영화 Up in the air에서는 세계 곳곳의 도시들과 그곳으로 향하는 비행기편이 적힌 전광판을 주인공과 함께 비춘다. 수많은 도시의 이름들을 전광판에서 읽다보면 초현실적인 느낌도 든다. 그래서 공항은 무국적성의 공간 무중력성의 공간이다. 공항은 대부분 시끌벅적하지만 떠나려는 원심력이 작용하는 공간이라 그만큼 외로움이 느껴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아니, 그 감정을 외로움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하기 보다는 1) 롤러코스터가 절정에 올라 아래로 내리막칠 때 시큼하게 가슴이 내.. 더보기
[메라노/이탈리아] 남산 산책길에 안내판을 만든다면 이렇게 메라노 언덕 위 산책길을 걷다보면 가끔식 길다란 원통이 메라노 어느 곳을 향하고 있다. 그 원통에 한쪽 눈을 가까이 가져가면 메라노의 명소가 그 원 안에 들어 온다. 그리고 그 아래 판에는 그 장소에 대한 역사와 의미가 간략히 씌여져 있다. 단순하면서도 아기자기하고 위트있는 아이디어다. 서울 남산에도 이런 안내판을 설치한다면 좋으련만. 더보기
[메라노/이탈리아] 쟈스민에서의 저녁식사 이탈리아 메라노에서 묵은 자스민 호텔. 저녁 포함이라 저녁마다 꼬박꼬박 호텔로 직행했다. 직행하면 이렇게 푸짐한 요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으니. 더보기
[로마/이탈리아] 천사의 성(Castel Sant'Angelo) Castel Sant'Angelo 로마에 있는 산탄젤로 성(천사의 성) 로마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자신의 가족을 위해 만든 무덤이었는데 지금은 군사 박물관으로 쓰인단다. 천사하면 선한 이미지인데 전쟁과 이어지는 아이러니 천사의 군대를 이끌고 신을 위한 선한 전쟁을 한다고 생각했었나? 이래나 저래나 기념비적인 건축물. 창을 든 천사 위로 날아다니느 새들의 모습을 보니 정말 천사의 성 같았다. 더보기
[로마/이탈리아] 모든 신을 위한 공간 판테온 판테온(Pantheon)을 찾으러 로마 거리를 헤맸다. 먼저 판테온을 다녀간 대학교 선배가 말하길 길을 걷다가 뜬금 없이 판테온과 마주칠 거란다. 그 선배의 말처럼 판테온이 불현듯 나타났다. 판테온의 겉면을 구성하는 풍화된 벽돌은 주변 건물들과 존재했던 시간의 층위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줬다. 판테온 앞 광장은 관광객들로 가득차있다. 다신교였던 로마인들은 모두를 뜻하는 판(Pan)과 신을 뜻하는 테온(Theon)이 결합하여 로마의 모든 신들을 위한 원형 공간을 만들었다. 판테온 입궁 들어서자 판테온의 중심공간이 보인다. 판테온에 들어온 대부분 사람들의 눈은 건물의 돔을 향한다. 마치 하늘의 태양을 바라보는 모습이다. 판테온은 원형 공간이다. 어디에도 치우침이 없는 완벽한 형태로서의 원형. 그 원형 공간 속.. 더보기
[로마/이탈리아] 인간이 만든 신의 공간_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출장 마지막 일정은 로마였다. 동행하신 신부님 덕분에 성베드로 대성당과 가까운 곳에 숙소를 얻을 수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선출된지 얼마 안된지라서 그런지 성베드로 대성당 앞 광장은 아직 정리되지 부산함과 들뜬 설렘이 느껴졌다. 영원을 상징하는 듯한 끝없이 이어지는 열주는 이곳이 신을 위한 공간임을 장중히 말해주는 듯 했다. 신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람들은 이 공간을 통해서 신과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섬세하게 조각된 성인들이 굳건히 서서 아래를 모습들은 불변하는 진리를 강론하는 듯하다. 성당 내부는 거대한 공간이다. 인간의 스케일이 아닌 신의 스케일로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은은한 빛과 그 빛을 영롱하게 반사시켜주는 황금 장식들. 그리고 공간에서 울려퍼지는 소리의 울림.. 더보기
[메라노/이탈리아] 하몽하몽_하몽가게에 들리다 메라노 쇼핑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햄 파는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정말 다양한 햄들을 파는 가게였다. 이런 햄을 "하몽"이라고 하는 것을 언제인가 들었던 것 같다. 돼지 뒷 다리를 소금과 후추에 절여서 건조시킨 햄이다. 훈제하거나 익히지 않았기 때문에 붉은속살 그대로 전시되어 있다. 예전에 냉장법이 발달되지 않았을 때, 고기를 오래 저장해서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겠지. 햄 표면은 소금과 후추로 절여져 있고, 공기 건조에 의해서 단단해져 있지만 단면을 잘라보면, 생고기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다. 한 입 먹어보면, 소금에 절인 짭짤하고 약간은 질긴 고기 맛이 난다. 개인적으로 햄을 좋아하지 않지만 메라노에 머무는 동안 가장 즐겨 먹었던 음식이다. 빵은 안먹어도 햄은 먹었다. 특히 레드 와인과 함께 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