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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사회와 인간

애니메이션으로 읽는 서양 철학_미녀와 야수 그리고 인간_김용석

 

 

 

 

김용석의 글은 쉽게 느껴진다. 그것이 그의 글의 가장 큰 장점일지도 모른다. 제목을 보자 『미녀와 야수 그리고 인간』 마치 애니메이션에 관한 책 같지 않은가? 한양대학교 도서관에서도 이 책이 애니매이션에 관한 책인 줄 알고 이 책을 애니매이션 책으로 분류해 놓았다. 애니메이션 책이라고 생각하고 이 책을 본다면 매우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그림은 없고 글만 잔뜩 있으니까. 물론 이 책을 애니메이션 책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소재만 애니메이션에서 가져왔을 뿐 엄밀히 말하면 철학책으로 분류해야 할 것이다. 이 책에는 시대가 낳은 위대한 철학자들이 등장하고 저자는 그들의 사상을 애니메이션이라는 친숙한 소재로 풀어낸다. 이 책은 전문 서적이 아니다. 그렇다고 만만하게 볼 책은 아니다. 500쪽이라는 엄청난 페이지 볼륨이 우리를 시각적으로 압박하기 때문이다.

 

김용석, 그는 서양 철학 교수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려운 철학을 대중화시키기 위해 쉬운 글을 쓴다. 철학이란 무엇인가? 니체나 칸트 같은 철학자가 지껄이는 도통 이해도 되지 않는 단어들의 집합이 철학인가? 물론 그것이 철학이다. (솔직히 나 같이 무식한 사람은 그런 사람의 책들을 평생에 한번이라도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철학은 우리의 생활 곳곳에 녹아져 있다. 심지어 우리가 무심코 웃고 지나가는 애니메이션에도 말이다. 왜냐하면 철학은 세상을 바라보는 세계관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디즈니의 르네상스시기에 나왔던 4가지 애니메이션(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온킹, 인어공주)을 텍스트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우리가 영화관에서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눈으로 보았다면 이 책을 통해 머리로 읽는다고 할 수 있다. 그는 디즈니의 대표적 애니메이션 속에서 서양인의 사상 체계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예를 들면 <미녀와 야수>에서는 서양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와 헤겔의 ''변증법''으로 풀어내면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아내며, <알라딘>에서는 플라톤과 마키아벨리의 ''덕의 개념''으로 주인공의 성격을 부각시키면서 자유와 진리의 문제를 탐색한다. <라이언 킹>에서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세계관을 주제에 대입해가며 정체성과 개인성의 의미를 끌어내는가 하면, <인어공주>에서는 욕망과 그 실현의 문제를 인간성의 프리즘에 투사시켜 분석한다.

 

초등학교 시절 디즈니 만화에 푹 빠진 적이 있었다. 매일 “라이언 킹”의 O.S.T를 반복해서 들었고 영화도 10번 이상 보았다. “알라딘”과 “미녀와 야수”의 O.S.T도 물론이다. 그리고 “인어공주”가 부른 "Part of your world"는 여린 나의 감수성을 자극했다. 하지만 그 시절, 디즈니 만화는 재밌는 만화 중 하나였을 뿐이다.

 

그는 『미녀와 야수 그리고 인간』을 열린 텍스트라고 말한다. 이것은 텍스트의 배경이 아니라 텍스트가 품고 있는 다양한 의미들을 추출해, 그것의 의미 확장을 시도하며, 그 결과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한다는 뜻이다. , 컨텐츠의 풍부함과 독자의 풍부한 감수성의 만남을 시도하는 것이다.(416_김용석) 한 텍스트를 가지고 그 속의 다양한 의미를 추출, 생산해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미녀와 야수 그리고 인간
국내도서>예술/대중문화
저자 : 김용석
출판 : 푸른숲 2000.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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