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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사회와 인간

민족이 수입된 개념이라고?_한국의 민족주의를 말한다_탁석산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 안으로 자주 독립의 자세를 확립하고, 밖으로 인류 공영 에 이바지할 때다‥(중략)‥나라의 융성이 나의 발전의 근본임을 깨달아,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 과 의무를 다하여 스스로 국가 건설에 참여하고 봉사하는 국민 정신을 드높인다. 반공 민주 정신에 투철한 애국 애족이 우리의 삶의 길이며, 자유 세계의 이상을 실현하는 기반이다. 길이 후손에 물려줄 영광된 통일 조국의 앞날을 내다보며, 신념과 긍지를 지닌 근면한 국민으로서, 민족의 슬기를 모아 줄 기찬 노력으로, 새 역사를 창조하자. (대한민국 교육헌장)

 

우리 아버지세대들이 몽둥이로 맞아가면서 외워야했던 교육헌장의 한 부분이다. 정말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을까? 저자 탁석산은 우리가 의심하지 않았던 민족이라는 개념에 의문점을 제시한다. 우리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민족”이라는 개념을 배워왔다. 초등학교 때에는 바른 생활시간에 중학교 때는 도덕 시간에 그리고 고등학교 때에는 윤리 시간에 민족이라는 개념을 배웠다. 아니 배웠다기 보다는 강요받았다고 해야 더 정확할 것이다. 수학능력시험에도 우리 민족에 대한 문제는 빠지지 않고 나왔다. 또한 지난 2002 월드컵 때에도 우리민족의 우수성과 잠재 능력에 대한 기사와 글들로 넘쳐났다. 하지만 “민족”이라는 개념을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냥 혈연 공동체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민족이라는 개념이 1905년에 생긴 것이라고 말한다.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주장이다. 우리가 그렇게 외치던 민족이라는 단어의 역사가 고작 100년도 안된다니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천천히 듣고 있으면 민족이라는 것에 대한 실체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다.

 

우리의 교과서는 『삼국유사』를 쓴 일연을 대단한 민족주의자로 추겨 세우나, 나는 그가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민족의식”을 갖고 그 책을 썼다고 믿지 않는다. 민족주의 그것은 세기의 신화다.(폭력과 상스러움_진중권)

 

그는 민족주의를 사다리에 비유하고 있다. 어느 단계를 올라가기 위한 한 발판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즉 민족주의를 시민국가로 가기 위한 도구로 생각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참으로 불손한 발언일 것이다. 성스러운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민족이라는 개념을 한낱 도구로 취급하다니!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의 말대로 민족주의만큼 취약한 사상도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민족주의는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많다. 일본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자. 우리는 어떤 경기를 하더라도 일본과 비교 한다. 축구를 하면 다른 나라에게는 지더라도 일본한테는 절대 저서는 안 된다. 바로 우리 민족을 짓밟은 나라이기 때문에, 일본에서 역사 교과서 왜곡문제나 독도 문제가 거론 되면 언론에서는 민족을 거론하면서 일본 비난하기에 열을 쏟는다. 저자는 일본이 우리나라의 민족주의를 굳건하게 만든 하나의 큰 요소라고 말한다. 우리는 일본을 비난하면서 우리 민족주의를 더욱 굳건히 하려고 한다. 심지어 일본 민족은 자기 문화도 없고 그저 따라하는데 뛰어난 재능을 가진 민족이라고 폄하한다. 전여옥씨의 『일본은 없다』를 보라. 이 얼마나 황당한 책인가? 그 책에서 그녀는 자신이 잘못해 놓고 일본인 탓을 하거나, 이상한? 일본 문화 탓으로 돌리는 유치한 글을 써 놓았다. 문제는 일본에 대해 잘 몰라도 일본을 깎아내리고 한국인의 자존심을 세우는 방향으로 간다면 이 책처럼 일반인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일본에 대한 민족주의에는 시기심과 멸시가 담겨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일본에 대한 열등감이 밑에 깔려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일본이라는 나라도 평범한 외국으로 인식해야 한다. 영원한 적이 아닌 평범한 이웃 선진국으로 인식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북한도 같은 민족이므로 포용해야 한다는 자세가 곧 진보로 여겨졌다. 또한 민족 통일을 방해하는 세력은 미국을 비롯한 외세이므로 외세를 배격하는 민족 중심주의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자민족이 중심이 됨으로써 타 민족은 타도의 대상이 되었다. 효순이 미선이 사건이 그 한 가지 예가 되겠다. p121

 

■ 대학교 1학년 때, 소위 “운동권”이라고 불리는 사람들과 통일에 대해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그 사람들은 통일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나는 거기에 의문점을 제시했다. ? 반드시 통일을 해야 할까? 체제도 사상도 다른 두 나라가 왜 반드시 통일을 해야 할까? 그들은 이렇게 답했다. 우리는 한 민족이기 때문에!, 그것 하나만으로도 통일을 해야 하는 정당성이 있다고. 하지만 나는 이렇게 다시 묻는다. 우리 한반도 역사상 통일된 나라로 지낸 시간이 얼마나 되냐고. 삼국시대에도 고구려, 신라, 백제는 서로 다른 나라가 아니었냐고. 그리고 그들이 그 당시에 우리는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꼭 통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을지 묻고 싶다. 그 당시 그들은 민족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 우리는 여기서 민족주의라는 것이 결국 하나의 이데올로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민족주의는 체제를 유지하고 국민들을 묶는 하나의 도구일 뿐인 것이다.

 

저자는 이제 민족주의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때가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민족주의라는 자기 주관적인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통일문제도 북한은 우리의 민족이라는 생각보다도 하나의 국가로 보고 객관적으로 접근해야한다. 민족이라는 굴레를 벗어나 더 넓은 세계로 한걸음 올라서야 한다. 시민국가로.

 

 

 


한국의 민족주의를 말한다

저자
탁석산 지음
출판사
웅진닷컴 | 2004-02-09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한국 근대의 키워드인 '민족주의'를 탐구한 책. 저자는 우리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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