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읽다/사회와 인간

현대사회는 메트릭스다_보드리야르와 시뮬라시옹_배영달

 

 

 

보드리야르와 시뮬라시옹_배영달

 

"Neo, 너는 지금 까지 꿈의 세계에서 살고 있었어, 보드리야르가 하는 말처럼 말이야. 너의 전 생애가 땅위에 있었던게 아니라 지도위에 있었던거지..."

 

위 대사는 워쇼스키 형제가 만든 메트릭스 1편에 나오는 한 대사다. 우리는 영화 메트릭스 시리즈에 열광했었다. 화려한 볼거리 때문이기도 했지만 우리가 보는 현실이 컴퓨터에 의해 시뮬레이션된 가상현실이라는 영화의 가상설정 때문이었다. 그것은 보이는 것이 진실이라고 믿던 대중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이런 가정은 워쇼스키 형제의 독창적 창작물은 아니다. 무엇이 진실이고 진리일까?라는 질문에 대해 철학자들이 생각했던 고민들을 가시적으로 풀어냈을 뿐이다.

 

그렇다면 워쇼스키형제가 만든 이 영화의 모태가 된 사상가는 누구일까? 그는 프랑스의 급진적 사상가 보드리야르다. 발음하기도 쉽지 않은 그의 이름을 처음 만나게 해준 건 『미학오딧세이』였다. 두 세 페이지 할당된 짧은 지면이었지만 그 내용은 나에게는 굉장히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존재한다고 사실이 아니다. 일어난다고 사건이 아니다. 사실이 존재하려면 보도가 되어야 하고, 사건이 일어나려면 카메라에 복제되어야 한다. 미디어로 복제되지 않는 한 사실은 존재할 수 없고, 사건은 일어날 수 없다. 사실과 사건을 있게 하는 것은 미디어다. 그것이 비로소 사건을 사건으로 사실을 사실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중략)…그때는 복제가 현실을 배끼는 게 아니라 거꾸로 현실이 복제를 배끼는 사태가 벌어진다.

(미학오디세이3_p318_진중권)

 

언젠가 기숙사에서 인터넷을 하다가 우연히 창밖을 보게 되었다. 도로위로 수많은 차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인터넷에는 수많은 광고와 뉴스속보들이 띄워져 있었다. 순간 나는 내가 보는 세상이 정말 진실일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이 들었다.

 

맥루언은 말했다.

"매체는 메시지다."

보드리야르는 말한다.

"이미지는 메시지다."

 

보드리야르의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용어들을 이야기해야한다. 기호, 이미지, 시뮬라시옹(Simulation), 시뮬라르크(초과실재)가 그것이다. (여기서 시뮬라시옹은 쉽게 말하면 메트릭스라고 보면 된다.) 그는 현대사회를 소비사회로 규정하고, 소비사회에서 사물은 기호와 이미지에 의해 가치가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어떤 사물의 필요성이나 사용목적 때문이 아니라 그 실재의 이미지와 기호를 소비한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가 코카콜라를 마실 때 우리는 단순히 탄산음료를 마신다는 것뿐만 아니라 코카콜라가 가지는 젊음이라는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나이키의 에어조던을 신는 것은 조던이라는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이다. 이런 이미지들은 대중매체와 인터넷에 넘치고 넘친다.

 

 

 

위의 사진은 사진이 아니다. 물감이나 아크릴로 그린 그림이다. 극사실주의(Hyperrealism) 작품은 실재를 우리가 보는 것보다 더 실재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현대사회는 우리의 현대성이 낳은 부산물인 기호와 이미지로 넘쳐나고 있다. 하나의 기호, 이미지는 또 다른 기호, 이미지를 산출하고, 이렇게 생겨난 다른 기호, 이미지는 또 새로운 기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결국 실재와 기호, 이미지를 구분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게 되고, 점점 더 실재보다 더 실재적인 초과 실재가 생겨나게 된다. 이미지가 너무 강렬하기 때문이다. 실재보다 더 실재같은 것들...예를 들면 영화 속의 수많은 이미지들 그리고 미국이라는 이미지 그리고 맥도널드의 햄버거 광고 매체를 통해 보여지는 스타들의 이미지등...무엇이 실재인가? 우리는 그것을 구별할 수 있는가? 그것은 이미지가 복제되고 중첩되고 응집되어 하나의 초과 실재가 되어버렸다. 기호와 이미지는 실재와 무관한 자기 자신의 순수한 시뮬라크르(초과실재)가 된다. 기호, 이미지만 넘치는 세계가 바로 우리의 시대, 즉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의 시대이다.

 

그의 급진적 사고는 근대 철학의 기본이 되는 주체와 대상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보통 주체가 대상을 인식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보드리야르는 내(주체)가 세계를 생각하고 세계(대상)가 나를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시뮬라시옹의 시대에는 오히려 사물(대상)이 주체를 추월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사물(대상)이 우위를 점한다는 것이다. 사물이 주체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미친다. , 우리는 생각할 필요가 없다. 세계가 나를 대신해 생각해 주기 때문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시뮬라시옹의 시대는 필연적인 사건이다.

 

 

 

 

 

 

 

 

 

보드리야르와 시뮬라시옹
국내도서>인문
저자 : 배영달
출판 : 살림 2005.04.07
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