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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사회와 인간

모더니티의 지층들_이진경_왼쪽에서 모더니티를 읽다

모더니티의 지층들 - 현대사회론 강의
국내도서>사회과학
저자 : 이진경
출판 : 그린비출판사 2007.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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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수유 너머 공간]에서 펴낸 사회학 개론서다. 책 두께가 배게로 쓰기 딱 알맞다. '모더니티'라는 거대한 지층을 14개의 담론으로 분석한다. 쉽게 말하면 근대와 현대 자본주의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그것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비판한 책이다. 물론 그에 대한 대안도 제시한다. 현실가능성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이 책을 한 번 읽어서 소화시키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일인 것 같다. 적어도 나에게는. 시간, 정확히 말하면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절대적인 빈 시간은 무지 많다.) 좀 더 자세히 정리하고 소화해 내고 싶다. 일단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만 언급해 보겠다.

 

정규직이나 비정규직이나 둘 다 프롤레타리아트다. 어찌되었건 부르주아지에 종속되어 노동할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이상 이들은 단결하지 않았다. 정규직은 비정규직을 같은 노동자나 동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용주와 다름없이 비정규직을 차별하고 박대한다.

 

부르주아지와 프롤레타리아트 사이에 있어야할 심연의 강이 프롤레타리아트 내부에 생겨버린 형국이다. 상당수 노동자들은 더 이상 혁명을 지향하지 않는다. 대신 조금이라도 더 부루주아지와 가까운 위치에서 안정을 누리고 싶어한다. 정규직의 눈에 비정규직은 내 밥그릇을 위협하는 경쟁자일 뿐이다. 정규직은 비정규직을 동지로 바라볼 수 있는 프롤레타리아트의 시선과 눈을 잃어버렸다. 대신 부르주아지의 시선과 눈을 마련했다. 그 시선과 눈은 부르주아적 삶에 대한 욕망으로 가득 차 있다._155

 

보통 현대사회의 계급은 노동자와 자본가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계급은 하나다.  만약 자신이 자본가 또는 특권층을 싫어하는 이유가 그들이 자신보다 돈을 많이 소유하고 있다는 것에 기인한다면 그는 사실상 부르주아지다. 새해 덕담이 "부자되세요~!"인 이 나라에서 계급은 하나다. 이 나라 국민 대부분이 부르주아지의 삶을 꿈꾼다.

 

내가 요즘 진로 고민하는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내면 갈등의 원인은 내가 기득권(재력 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위)이 될 수 있느냐 또는 내가 나중에 사회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에 갈 수 있느냐라고 할 수 있다. 이걸 선택하자니 나중에 다른사람 보기에 별볼일 없는 사람이 되어있을 것 같다는 공포, 아니면 자신의 흥미와 관심사는 아니지만 미래를 생각해서 사회의 가치 기준을 따라서 흘러가야하는가에 대한 고민.

 

자본 너머 자신의 내면을 따라가는 일. 참 답이 안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