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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사회와 인간

너와 나의 사회과학_우석훈_젊은이들이어 자신의 책을 구상하라

나와 너의 사회과학
국내도서>사회과학
저자 : 우석훈
출판 : 김영사 2011.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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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 씨의 책은 두 권째 읽는다. 물론 그의 블로그는 가끔 찾는 편이다. 이번 책은 강의하는 듯한 문체로 쓰여져서 읽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그리고 사회과학에 대한 개략적이고 큰 틀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기 때문에 남녀노소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책 내용은 쉽게 말하면 사회과학 개론서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약간 두근거렸던 것은 사회과학에 대한 새로운 지식때문이 아니라 바로 우석훈 씨가 ("명량이 그대를 자유케 하리라"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20-30대에게 글을 쓰고 책을 내라는 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강좌를 통해서 바라는 것은 좋은 독자를 양성하는 것이 아닙니다. 좋은 독자에 머물 게 아니라 언젠가 자신의 얘기를 책의 형식이든 아니면 예술의 형식이든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그런 1차 저자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합니다. “좋은 독자가 되고 싶다”라고 얘기하지 말기 바랍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좋은 저자가 되고 싶다, 이렇게 생각하기 바랍니다._34

 

"나같은 사람이 책을 쓰다...?"하면서 겁먹지 말라고 한다. 마음먹고 꾸준히 연습하고 훈련하면 할 수 있다고.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결국 글의 형태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한 것인데, 그런 훈련을 병행하면서 실제 내용을 읽는다면 응용 능력을 키울 수 있다._11

 

오래 전부터 책을 쓰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은 매우 꾸준히 해왔다. 군대 있을 때에도, 길을 걸을 때에도, 나는 이런 책을 쓰고 싶다. 이런 것을 강의해보고 싶다는 상상을 하며 지내곤 했다. 하지만 여러 책들을 야금야금 읽으면서, 내가 이 사람들처럼 좋은 책을 쓸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었고, 도서관에 꽂혀있는 먼지쌓인 책들을 보면서, 내가 어떤 책을  쓴 들, 넓고 깊은 지식의 퇴적층에서 모래 한 알 정도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멍청한 걱정들이다. 쓰고 이런 생각해도 늦지 않는다. 일단 젊은 나이에 책을 쓰려면 무모함, 패기 아니면 똘기라도 있어야 한다. 모든 걸 다 통달해야 책을 쓰는 건 아니다. 쓰다보니 알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인생을 살아가는 데 전문가형 지식이 유리할까요, 아니면 백과사전형 지식이 유리할까요? 주류 언론에서는 ‘전문가’를 외처댔지만, 사실은 이미 백과사전형 지식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실제로 한국을 움직이는 것도 이런 유형의 지식인들이지죠. 얕지만 넓게 알면서도 비교적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들, 한국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기획자’라고 부릅니다._71

 

사회과학을 공부한다고 할 때, 철학사를 모두 살피고, 또 스탈린주의나 마오주의 등 혁명사도 다 공부하고, 그러고도 다시 1990년대와 21세기의 책들을 다 읽어야 한다면 이것만으로도 일생이 다 가겠죠. 이런 식의 학문을 우리는 훈고학이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굳이 이런 식의 공부를 반복할 필요는 없잖아요. 쟁쟁한 학자들도 모두 그렇게 하지는 않았으니까요. 어떻게 보면 우리의 학제가 이런 훈고학적인 장치들을 통해서 개인들을 지나치게 피동적으로 만든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의 대중이나 민중을 지식이나 교양의 소비자로만 본 것은 아닌지 반성해봐야 합니다._93

 

이 책을 읽으면서, 특히 강의 형식의 책을 쓰고 싶어졌다. "최무형 교수의 물리학강의"도 굉장히 좋았던 걸로 기억한다. 강의실에 앉아서 저자의 강의를 듣는 듯한 느낌은 기다렸던 강좌가 열리는 교실의 맨 앞 줄에 앉아 들뜬 기분으로 수업을 듣는기분이랄까. 뭐 어쨌든 기회가 되고 시간이 된다면, 내가 전공하는 분야에 대해서 강의식 책을 쓰고 싶다. 우선 책을 쓰려면 그 분야를 알아야 하고, 쉽게 전달하려면 그 분야에 대한 통찰력을 가져야 한다. 통찰력이란 한 순간에 얻어지는 것 같지만, 작은 깨닮음들이 하루 하루 모여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믿는다. 물론 뒷통수를 탁 치는 깨달음에는 '우연'이라는 요소도 들어가 있겠지만, 뒷통수를 맞고도 이게 깨달음인지 알려면 수련이 필요할 것이다.

 

여기서 저는 ‘선택이라는 개념을 장조하고 싶습니다. 실존주의가 옳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라, 누구든 살아가면서 무엇인가를 선택하는 순간과 맞닥뜨리게 되는데, 그건 학문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인식틀이나 시각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오니까요. 어느 누구도 저절로 학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 자기 생각이나 논리를 담은 책을 쓰겠다고 결심하는 순간, 선택을 해야 합니다. 개인에게는 작은 선택이지만,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우주적 선택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물론 이 선택은 개인들에게는 그야말로 우연이죠._88

 

저자는 "혼자 떠들면 허풍이지만, 같이 외치면 진실이 됩니다. 혼자 가면 모험이 되지만 같이 걸어가면 길이 된다._74"고 말한다. 유시민은 자신을 지식 소매상이라고 소개한다. 나는 지식 노점상이라도 하고 싶다. 혼자가면 좀 무서우니 지식 노점상들을 모집해 보아야 하나.

 

 

 

[나머지 갈무리]

 

돈으로 사회를 설명한다면, 선진국은 개개인의 행위를 돈과 결부해서만 설명하기는 어려운사회이고, 중진국은 돈으로 설명이 잘 되는 사회이며, 후진국은 돈 아니라 그 무엇으로도 설명하기 힘든 사회라고 볼 수 있습니다._94 한국은 당연히 중진국

 

텍스트와 숫자가 중요한 ‘설명’의 세계에서 ‘이해’의 세계로 넘어오면 저자 혹은 행위자의 의도와 함께 맥락(context)이 중요해 집니다 텍스트에 뭐라고 쓰여 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저자가 무슨 의도로 그렇게 썼으며 어떤 맥락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중요해지죠._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