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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예술과 미학

풍경을 바라보는 여러 개의 눈_풍경에 다가서기_강영조

 

 

 

풍경에 다가서기_강영조

 

 

이윤석 설계교수님이 『풍경에 다가 서기』라는 책을 소개해주셨을 때 이 책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책 제목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먼저 “풍경”이라는 단어가 끌렸다. 나는 풍경(風景)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그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다. 이 책 속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다가서다”라는 말이 친근하게 다가왔다. 어떤 것에 “다가서다”는 동사는 그것을 알려고 일방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에게 좀 더 친근하게 주위를 돌아보며 서로의 관계를 알아간다는 의미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풍경에 다가서는 법을 설명해 놓은 책이다. 풍경을 보는 방법이나 사상가 또는 화가가 풍경 보는 법을 설명해 놓고 있다. 또한 여러 풍경미학을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고 있다.

 

 

풍경(風景)이란 무엇일까?

 

 

풍경(風景)은 대상 또는 대상군의 전체적인 바라봄이며 그것을 계기로 형성되는 인간 또는 인간 집단의 심적 형상이다.

 

 

저자는 위와 같이 풍경을 정의 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풍경은 우리가 알고 있는 객관적인 공간의 성질이 아니다. 풍경은 대지를 투시하면서 발생하는 인간 내부의 이미지(image) 현상인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풍경을 오감(시각, 미각, 촉각, 청각, 후각)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풍경(風景)이란 말 그대로 바람과 빛인 것이다.

 

 

이 책을 읽으니 상암 월드컵공원에 있는 하늘공원에 갔던 생각이 났다. 친구의 추천으로 혼자 가게 된 하늘공원은 정말 인상적인 풍경이었다. 하늘 공원은 상암 월드컵공원에서 제일 하늘에 가까운 곳에 있다. 하늘 공원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시민공원이 아니다. 넓은 억새밭이 펼쳐져 있고 그 사이에는 길이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는 바람이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바람을 볼 수 있었다. 머리카락처럼 흔들리는 갈대들을 보고 알 수 있었고, 저 높이 돌아가는 풍차를 보고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바라보던 노을 진 한강의 풍경은 내 머릿속에 지을 수 없는 이미지로 남아있다. 나는 그때 풍경이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됐다. 지금 생각하면 처음으로 풍경을 오감으로 체험하게 된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다음으로 이 책에서 “폐허의 미학” 이라는 부분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폐허에서 어떤 아름다움을 느낀다. 파르테논 신전이나 반쯤 무너진 분황사 석탑에서 우리는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아니 그것은 사라짐에 대한 애련한 마음일 수도 있다. 저자는 건축은 중력이라는 자연의 법칙을 거부하고 지상에 세워지는 행위라고 말한다. , 건축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숭고한 승리인 것이다. 하지만 건축물이 폐허로 변해 자연과의 긴장관계가 허물어져 원래의 대자연으로 환원되는 모습에서 우리는 자연으로 귀속하는 평안함을 갖게 된다. 폐허로 인해 자연의 어떤 숭고함과 경외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폐허가 하나의 아름다운 풍경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새로웠고 놀라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주위에 보이는 것들도 풍경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저자가 말하는 풍경은 산과 들 그리고 강 같은 자연에 더 가까웠다. 그렇다면 내방 창밖으로 보이는 모습은 풍경일까? 수많은 건물과 공룡의 등뼈 같은 고가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들의 모습도 풍경일까? 그것은 참 힘든 질문일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그것은 저자가 말하는 풍경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그것도 풍경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건 그 속에서 무엇을 느끼고 그것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 라고 생각한다. 무심코 지나가면 풍경은 존재하지 않는다. 풍경에 다가선다는 것 그것은 자아를 가진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풍경이라는 것은 인간이 만들어낸 인상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추한 다리는 사람을 병들게 한다.” 라고 말했다. 추한 풍경은 사람을 병들게 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풍경과 인간은 서로 상호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풍경을 디자인하는 사람은 좋은 풍경이 어떤 것인지를 숙고해야 한다. 그리고 매번 보던 풍경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한다.

 

 

 

 

 

 

풍경에 다가서기
국내도서>역사와 문화
저자 : 강영조
출판 : 효형출판 2003.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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