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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예술과 미학

인간이 대지를 바라볼 때_대지에서 인간으로 산다는 것_오귀스탱베르크

 

출처: 이기숙(Lee Ki-Sook)_http://www.mu-um.com

 

 

이번 학기에 마지막으로 읽을 책을 정하러 도서관에 갔다. 무슨 책을 고를까 하다가 『대지에서 인간으로 산다는 것』이라는 책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도대체 무슨 내용일까? 대지에서 인간으로 산다는 것이 어쨌다는 걸까? 책을 펴보니 근대성, 존재, 실체론, 투과성 등, 도저히 알 수 없는 단어들 투성이었다. 하지만 왠지 모를 오기가 발동했다. 그래 한번 읽어보자.

 

역시나 책의 내용은 어려웠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저자인 오귀스탱 베르크는 프랑스의 환경 철학자이다. 그는 서양 철학자로는 드물게 일본을 비롯한 동양문화에 조예가 깊다고 한다. 그는 일본에 오래 거주하면서 동양문화를 연구하게 되었고, 일본문화 발전에 공헌한 공로로 일본정부가 주관하는 [일본 문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이 책에서 “에쿠멘”이라는 개념을 도입한다. 에쿠멘의 기원은 아주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거지, 집’을 뜻하는 그리스어 오이코스(oikos)에서 유래한 에쿠멘은 생태학, 경제학과 그 뿌리가 같다. 이런 기원을 지닌 에쿠멘은 지구상에서 인간이 살고 있는 부분을 말한다.

 

우리는 현재 환경과 관련된 문제점을 근대성의 위기로 보고 있다. 즉 데카르트의 이원론에서 비롯된 근대성은 사물과 인간의 감정을 분리시키면서 우리 지구가 인간이 살수 없는 곳이 될 것이라는 위기에 처하자 근대성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하지만 그는 결정론과 생태론을 부정한다. 결정론은 민족중심주의적 논리이고 생태론은 동물과 인간을 같은 대상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옳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그는 대지와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에 “풍토성”과 “투과성”이라는 개념을 도입한다.

 

"…그래서 우리를 물질로 돌아가게 해주는 죽음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장소인 자연에 우리의 의식이 뿌리를 내릴 수 있게 해준다. 나는 바로 이 사실 안에서 대지와 우리의 관계에서 존중해야 할 본질적인 윤리적 근거를 보게 된다."

 

저자는 풍토성은 1935년에 와쓰지가 도입한 것인데, 한 사회와 관계를 맺고 있는 대지의 의미라고 정의한다. 풍토는 생태학적 관점에서 자연 그 자체를 의미하는 환경을 대신하는 말로 인간의 실존을 전제로 하고 있다. 즉 이 개념에 따르면 환경파괴는 우리의 존재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뜻이 되므로 환경의 위기는 곧 실존의 위기가 된다. 투과성은 우리 자신을 실존적으로 세계에 동일시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우리의 생명과 의식이 나타나는 주체성의 장소(육체,사회,인간 종,동물성,생물권,지구 등)에 대해 의식적으로 의무감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저자의 결론은 자연을 인간의 실존적으로 받아들일 때 인간존재는 주체에서 장소로 탈바꿈하게 된다는 것이다. , 인간이 죽음에 이를 때 대지로 돌아간다는 사실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가 완전히 인간적이며 또한 그 자체가 주체라는 의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 존재를 투영한 자연이라는 에쿠멘이라는 개념으로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윤리적 당위성을 끌어내고 있다. 하지만 조금 허무하기도 하다. 자연(에쿠멘)을 지켜야 하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300페이지에 가까운 글을 쓰다니. 철학책이란 본디 그런 것이었던가? 그래도 자연을 생태학적 자연이 아니라 인간의 존재가 투영된 존재로 본 시각은 새로웠다.

 

 

 

 

대지에서 인간으로 산다는 것
국내도서>인문
저자 : 오귀스탱베르크 / 김주영역
출판 : 미다스북스 2001.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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