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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예술과 미학

철학과 미학의 삼중주_미학오디세이123_진중권

미학 오디세이 세트
국내도서>인문
저자 : 진중권(JUNGKWON CHIN)
출판 : 휴머니스트 2004.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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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학 오디세이'를 다시 읽었다. 처음 읽은 게 군대 있을 때 읽었으니까 4년 만이다. 4년 전만해도 내 머리로는 소화하기 힘들었던 책이었다. 물론 지금도 충분히 소화해 내기 힘들다. 하지만 예전에 읽었을 때 보다는 눈에 들어오는 구절이 많아졌고, 이해되는 부분도 늘었다는 것에 스스로 위로 한다.(진중권은 이 책을 대학원 다닐 때 썼다. 그러니까 내 나이 즈음 해서 이 책을 썼다는 거다. 대단한 용기와 열정이다.)

 

 내 기억으로는 이 책을 읽고-정확히 말해서 3권- 조금 우울증 증세를 겪었던 것 같다. 아우라가 사라진 시뮬라시옹에 대한 허무함과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그것이 자본주의 사회든 아니면 민주주의 사회든, 허구로 가득차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애버랜드에는 진짜가 없다.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도 있고 로마시대의 조각도 있고 르네상스시대의 다비드상도 있지만 그것은 가짜다. 그것은 그냥 이미지일 뿐이다. 애버랜드는 키치의 세상이다. 우리가 꿈속에서나 보았던 세상이 그곳에 있다. 말 그대로 꿈과 환상의 세계인 것이다. 하지만 꿈과 환상은 일시적이다. 직원들은 손을 흔들며 밝게 웃고 있지만 그것조차도 환상이다. 그리고 그 환상의 밑면에는 그 환상을 유지하기 위한 엄연한 현실이 존재한다. 애버랜드라는 꿈의 세계를 유지해나가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현실적 힘은 애버랜드를 움직이고 통제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힘은 환상이 아닌 현실이다.

 

불현듯 우리가 보는 세상도 커다란 애버랜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은 자신을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우리가 보고 느끼는 세상은 세상이 보여주는 세상이다. 우리사회에도 진짜가 없다. 자본주의라는 이름하에 수없이 복재되고 베껴진 가짜들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2005.4.13 일기)

 

 진리를 추구했던 근대 철학은 탈근대에 들어와서 진리를 찾는 것을 포기했다. 그 대신 상사와 차이 그리고 복제의 놀이를 계속 하고 있다. 보드리야르는 뒤샹과 워홀을 정점으로 예술의 종언을 고한다.

 

예술이 더 이상 없기 때문이 아니라, 예술이 너무 많기 때문에 예술은 죽는 것이다._보드리야르_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