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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예술과 미학

교수대 위의 까치_진중권_그림이 내게로 와 가슴을 찌르다

교수대 위의 까치
국내도서>예술/대중문화
저자 : 진중권(JUNGKWON CHIN)
출판 : 휴머니스트 2009.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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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몸퉁에 커다란 머리를 가진 역사의 천사는 아마도 지식인을 가리킬 것이다. 천사의 작은 몸퉁은 현실의 무능함을, 커다란 머리는 과도하게 발달한 그의 관념을 상징한다. 정의는 관념이고, 폭력은 물질이다. 그리고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어디까지나 원시적인 물질의 힘이다. 그때문에 천사는 날개를 편 채로 거센 바람에 밀려 끝없이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다. 부조리야말로 삶의 예외적 현상이 아니라 정상적 상태라는 것, 그것이 교수대 위의 까치가 연출하는 풍경만큼이나 을씨년스러운 세상의 진리,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 말하지 않는 비밀인 모양이다.

 

2009년 9월 22일 진중권

 

 

진중권씨가 한림대에서 강연을 할 때, 그를 직접 본 적이 있다. 그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정의는 당시에는 항상 패배해 온 것처럼 보이지만 큰 시간의 줄기로 보면 항상 승리해 왔다."고. 하지만 2009년 그는 자신이 한 말에 다시금 의심을 품는다. 정의는 정말 승리하는 것일까? 그의 답은 다시 회의적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말한다. 삶이 "부조리"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그리고 동시에 그것을 회피하지 말고 그것에 명랑해야 한다고. 12개의 그림을 설명하는 책의 주된 내용보다, 책을 시작하기 전에 그가 했던 이 말이 내 뇌리에 강렬하게 남는다. 세상의 부조리 앞에서 나는 정녕 명랑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