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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예술과 미학

길거리에서 공짜로 미술 즐기기_조영남 길에서 미술을 만나다_조영남

 

 

 

조영남 길에서 미술을 만나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내가 아는 조영남은 그저 나이 지긋한 대중가수였다. 우리가 익히 텔레비전에서 보아 왔던 모습은 "TV 삶의 현장"에서 옆집 아저씨같이 구수한 입담을 해가며 사회를 보는 모습이나 열린 음악회에서 '화개장터'를 신명나게 부르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영남은 수십 년 전부터 미술을 해왔고 개인 전시회도 여러 번 연 중견 서양화가이기도 하였다.(그는 “화투”와 “태극기”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유명한데, 전시회를 하면 그의 대부분의 작품이 고가에 팔린다고 한다.)

 

 예전 1학년 1학기 내가 중간고사가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도서관으로 뛰어갔다. 이유는 바로 이 책을 빌려보기 위해서였다. 이 책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월간미술』이라는 잡지를 통해서였다. 설계숙제를 하기위해 도서관 3(예술․체육실)에서 여러 잡지를 뒤적거리다 우연히 월간미술에서 출판한 『조영남 길에서 미술을 만나다』를 보게 된 것이다. 책 설명을 보니 월간미술에서 월미양(이 책에서 조영남은 월간미술을 월미양이라고 부름)과 조영남이 기획 연재한 글들을 엮은 책이란다. 이 책에 내가 끌린 이유는 첫째로 조영남이라는 사람 때문이었고 (조영남이라는 사람을 한번 알고 싶었다. 가수이면서 화가이면서 신학도인 그의 삶이 궁굼 했었다.) 둘째로 거리에서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미술을 다시 한번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게다가 거리에 있는 미술작품들은 공짜가 아닌가?

 

 조영남은 말을 참 잘한다. 아니 막한다라는 표현이 더 맞을 지도 모른다. 전에도 그는 대놓고 친일 발언을 해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었다. 그의 글도 그의 말처럼 직설적이고 때론 통쾌하다. 그는 자신의 미술에 관한 안목을 가지고 도시 속에 숨어 있는 미술 작품을 찾아내고 평가한다. 미술에 관련된 글이라 하면 사뭇 지루하고 뜬구름 잡는 식의 현학적 단어들이 난무할 것이라고 지레 짐작할 수도 있지만 (나 같은 미술 문외한을 위해서인지 몰라도) 미술작품에 쉽게 다가갈 수 있게 글속에 유머와 위트를 잃지 않고 있다.

 

 이 책을 보다보면 서울에 곳곳에는 정말 훌륭한 작품이 널려있다는 사실에 흥분과 놀라움을 감출수가 없다.(물론 예술에 관심있는 사람에 한해서) 예전에 광화문에서 봤던 『망치질하는 사람』이라던가 포스코 사옥 앞에 우두커니 서있는 고철덩어리 『아마벨』(이 책을 통해 아마벨이 꽃이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흉물이라고 없어질 뻔 했던 조각품이 아름다운 꽃이었다니...고철을 꽃으로 환생시킨 것은 바로 예술의 힘이다.) 이라던가, 포스코 로비에 있는 백남준의 『TV나무』, TV 깔대기』모두 거리에서 볼수 있는 훌륭한 작품들이다. 또한 이 책에는 작품을 볼 수 있는 곳의 위치를 잘 설명해 놓았기 때문에 직접 답사를 갈 수도 있다. 좀 더 깊은 미술을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다소 유치하고 가볍게 느껴질지 모르는 책이지만 어렵게 느껴졌던 미술을 조금이나마 쉽게 느끼고 싶다면 추천하는 책이다.

 

 

 

조영남 길에서 미술을 만나다
국내도서>시/에세이
저자 : 조영남
출판 : 월간미술 2003.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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