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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사회와 인간

유시민이 말하는 사회투자복지 국가론_대한민국 개조론_유시민


대한민국 개조론
국내도서>사회과학
저자 : 유시민
출판 : 돌베개 2007.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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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만 해도 나는 전혀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 심지어 대통령 선거 때 투표도 하지 않았고 선거 날은 그냥 노는 날로 생각했었다. 그런 내가 정치에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싱가포르에 있을 때 부터였다. 한국에서는 하도 여러 이슈들이 펑펑 터지는 바람에 인터넷 신문을 읽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정치에도 관심이 가게 되었다. 그러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관심이 가고 그리고 유시민의 정치 행보에도 관심이 갔었다. 나는 노무현의 절대적인 지지자는 아니지만 노무현 임기시절의 업적을 어느 정도는 인정하는 편이다. 유시민씨는 지난 10년을 이렇게 평가한다.


정경유착을 끊고 정치부패를 일소했으며, 권언유착을 청산했습니다. 권력기관의 정치적 중립을 이룩했으며, 지방분권과 국가 균형 발전을 온갖 난관을 뚫고 추진했습니다. 또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왔습니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주장은 언어도단입니다._71


물론 ‘양극화의 심화’와 ‘비정규직의 일반화’라는 오점을 남기기도 했지만 노무현 이후의 사회의 발전과 변화를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유시민의 정치적 행보를 눈여겨보고 있다.


국민을 존중하기 보다는 국민에게 아부하면서 자기의 권력을 키워나가는 일부(!) 정치인과 일부(!) 지식인들의 이른바 포퓰리즘 또는 인기영합주의에 맞서 제 나름의 ‘단성소’를 올리려는 것입니다. _19


나는 그의 소신이 마음에 든다. 그리고 그의 강의와 책을 통해서 그가 구상하고 바라는 국가의 모습을 어렴풋하게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유시민이 쓴 ‘대한민국 개조론’은 그의 정치적 그리고 국가적 비전이 담겨 있는 책이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을 ‘성공한 독재자’로 평가 한다.


1인당 국민 소득 성장률로 표현되는 경제 번영과 북한을 상대로 한 체제 경쟁 승리를 위해, 그는 건국 시기부터 우리 헌법이 담고 있었던 다른 소중한 가치들을 가차 없이 짓밟았습니다. 자유 인권 평등 정의를 국가 안보와 경제성장이라는 가치의 발밑에 무릎 꿇린 것이죠. 그야말로 교과서에 씌어 있는 그대로의 개발독재였습니다._29


그가 했던 수많은 선택 가운데 가장 오래 살아남았고 그만큼 큰 의미를 지는 것은, 수출주도형 불균형 성장전략을 경제 발전전략으로 선택한 것입니다. _30


그리고 박정희의 경제 정책으로 인해 대한민국은 개방경제로 가는, 통상국가로 가는 운명을 부여받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다른 길은 모두 봉쇄되었다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미 FTA 협상을 전격 추진. 큰 정치적 위험을 동반했던 이 선택이, 사실은 40여 년 전 박정희 대통령이 했던 바로 그 선택의 연장선 위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저는 평가합니다._31


그는 세계화와 양극화 문제에 대한 답으로 ‘사회투자국가’라는 비전을 제시한다.


대한민국은 밖으로는 세계화 시대의 선진통상국가로 나간다. 선진통상국가로 성공하기 위해 안으로는 사회투자국가를 건설한다._33


대한민국은 이미 통상국가가 되어버렸다고 생각합니다. 좋든 싫든 박정희 대통령이 선택했던 수출주도형 불균형 성장전략의 유산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말입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대한민국을 크게 나쁘지 않은 통상국가에서 크게 성공한 통상국가로 밀어 올리자는 것입니다._39


그럼 그가 말하는 선진통상국가는 무엇일까?


선진통상국가는 노동 금융 경쟁 분야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갖추고, 적극적 해외투자와 외국인 투자 유치를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한 국가를 말합니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서비스산업과 부품소재산업을 강화하고 정보기술 등 미래 성장 산업에 집중 투자하며, 개방 친화적인 사회 인프라를 구축해야 합니다. 선진통상국가란 세계의 선진국들이 믿고 거래하고 투자할 수 있는 나라이며, 주요 산업 분야에서 지구촌을 무대로 한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진 나라를 말합니다._41


그는 FTA를 성사시킨다고 해서 한국 경제가 꼭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FTA는 선진통상국가로 성공할 기회를 얻는 것일 뿐, 그 자체가 성공을 약속하는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듯이 다 나은 선진통상국가 건설을 위해 피할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말한다.


그럼 사회투자국가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복지정책에서 사회투자정책으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희망이고 사랑이 경쟁력입니다. 대한민국 국민 개개인의 인지적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능력이 커지고 국민들이 서로 믿고 협력하면서 살아갈수록 대한민국의 국제경쟁력은 그만큼 더 높아집니다._49


사회투자국가란 인적자원 개발과 사회적 자본 확충에 전력을 다하는 국가입니다._61 선도적 세계화를 추진하면서 물질적 자본에 대한 투자는 민간 기업과 시장에 대폭 이양하고 국가는 인적자원개발과 사회적 자본 확충에 집중_62 경제지출 비중을 10% 수준으로 끌어 내리고 복지 비중을 40% 수준으로 높이는 것._62


보수진영은 평소 원하던 선진통상국가를 얻는 대신 진보진영의 노선에 부합하는 사회투자국가를 수용하고, 진보진영 역시 평소 원했던 사회투자국가를 얻는 대신 보수진영의 선진통상국가를 수용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모두를 승리자로 만드는 전략적 대타협이 될 것으로 저는 확신합니다._62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유시민은 개인의 책임과 물질적 풍요의 실현을 강조하는 보수와 사회의 책임과 사회정의 그리고 평등을 강조하는 진보 사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중간에 서있는 일은 안전한 일이라기보다는 위험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양쪽에서 포격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일은 노무현 전 대통령 임기 내내 일어났다.


마지막으로 유시민이 말하는 ‘밖으로는 선진통상국가 안으로는 사회투자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필요한 조건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정치시스템의 개혁이다.


저는 우리나라가 선진통상국가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을 사회투자 국가로 개조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이것이 정치인으로서 제가 가진 국가발전전략이며 정책비전입니다. 다른 정치인들은 다른 비전을 가지고 있지요. 한강과 낙동강을 하나의 운하로 만들어 일자리를 만들겠다든가, 뭐 그런 것을 국가발전전략과 정책 비전이라고 제시하는 분들도 있습니다._250


그런데 우리의 정치제도와 환경에서는 좋은 전략과 비전을 실행하는 튼튼한 리더십이 형성되기 어렵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런 면에서 대한민국에 시급하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전략과 비전을 만드는 것이라기보다는 정치적 의사결정 시스템을 바로잡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_250


대한민국은 사회적 자본이 빈약한 나라입니다. 사회적 자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신뢰입니다. 타인에 대한 다른 집단에 대한 신뢰가 약합니다. 서로 믿지 않습니다. 나는 페어플레이를 하고 싶어도 남들이 더티플레이를 하기 때문에 나도 더티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다고 너나없이 주장합니다. 언론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도는 정보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도보다 별로 높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별로 믿지도 않는 언론이 누군가를 욕하면 그건 또 잘 믿습니다._260


아무리 좋은 전략과 정책비전이 있어도 리더십을 세우고 강화할 수 있는 좋은 절차와 환경을 만들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주권자의 권리는 책임과 균형을 이루어야 합니다._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