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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경제와 경영

괴짜경제학_스티븐 레빗

괴짜경제학 (개정증보판)
국내도서>경제경영
저자 : 스티븐 레빗(Steven D. Levitt),스티븐 더브너(Stephen J. Dubner) / 안진환역
출판 : 웅진지식하우스 2007.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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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contemporary usage, the word
"freak" is commonly used to refer to a person with something unusual about their appearance or behaviour._wikipidia

 

이 책의 제목은 ‘freakonomics’ 다.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돌아이 경제학’, ‘이상한 경제학’, 또는 ‘괴짜 경제학’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 ‘괴짜 경제학’이 가장 어감도 무난하고 책 내용과도 어울린다. 여러 교양 경제도서들이 그렇듯이 이 책도 사회현상을 경제학적으로 해석하고 분석해 놓았다. 그렇다보니 내가 보기에 이 책은 경제학 책이라기보다는 경제학적 관념에서 본 ‘사회학’ 또는 ‘사회 심리학’ 책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가는 미학적 기준으로 세상을 보고, 공학자는 공학적 마인드로 세상을 바라본다. 경제학자는 당연히 경제학적 관점으로 사회를 뚫어 본다. 스티븐 레빗이라는 소위 괴짜 천재 경제학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 머릿속에 만들어진 사회적 통념을 깨버린다. 범죄와 낙태율의 관계, 마약 판매집단의 구조와 맥도날드의 구조의 유사성, 부정행위를 하는 선생님과 스모선수들의 조작경기의 유사성 등을 나름 논리적으로 설명해 놓았다. 그 중 몇 몇 논의는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논쟁들과 겹쳐지는 부분들이 있어서 흥미롭다. 먼저 스모선수와 교사가 저지르는 부정행위 속에 감추어진 진실은 무엇일까? 우선 그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선 인센티브라는 개념을 알아야 한다.

 

인센티브란 무엇인가? 인센티브는 총탄이며 지렛대이자 열쇠다. 즉 상황을 극적으로 바꿀 수 있는 놀라움 힘을 지닌 자그마한 어떤 것이다._36 인센티브는, 단순히 말해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많이 하고 나쁜 일을 적게 하도록 설득하는 수단이다._37

 

근래, 한창 논란이 되었던 것이 바로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 ; 부정적인 의미로) 성적 조작 사건일 것이다. 임실의 기적이라고 칭송 받았던 그 곳에서 성적 조작이 일어난 것이다. 이 사건으로 ‘학업성취도 평가’를 중단해야 한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커졌고, 정부와 교육부 관계자들은 시행착오라며 ‘학업 성취도 평가’의 시행을 거듭 강조했다. 어느 신문의 논설위원은 ‘성선설’ 과 ‘인성교육’을 주장하던 ‘전교조 교사’들이 고부담 시험을 시행하게 되면 ‘부정행위’ 발생이 증가 한다는 이유로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책에 따르면 교사들의 부정행위는 인센티브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행위에 다름 아니다.

 

고부담 시험은 교사들의 인센티브마저 근본적으로 변화시켰고, 이제는 교사들까지 부정행위를 저지를 ‘이유’를 지니게 되었다. 고부담 시험의 경우, 가르치는 학생들의 성적이 나쁘면 교사는 비난을 받고, 승진이나 연봉 인상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_45

 

이에 대해 ‘동아일보’는 어떤 반박을 하고 있는 지 살펴보자.

 

(...중략...)

고부담의 부작용이다. 당연히 적발해 조치해야 한다. 제도도 보완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빌미로 “시험을 없애자”고 주장한다면 우습다. 경쟁-평가-보상은 세상사의 기본원리다. 나아가 진단 없이 처방할 수 없듯이 진상을 감추고는 올바른 교육정책을 세울 수 없다. 미국의 경우 시험 폐지 논란이 일기는커녕 연방정부가 나서서 2002년 모든 주에 고부담 시험을 의무화했다. 사실은 대부분의 주가 초중등학교에 고부담 시험을 이미, 스스로 도입한 상태였다. 영국 일본 등에서도 같은 취지의 평가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올해 처음 전수 시행된 기초학력평가에는 보완할 대목이 많다. 현재 교육부는 평가정확성 높이기에 골몰하고 있다. 지식산업이 주도할 미래 경제에서는 최상위층의 수월성이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결정한다. 따라서 기초학력뿐 아니라 고학력 학생의 분포도 세심하게 조사해 보편성 교육뿐 아니라 수월성 교육에는 문제가 없는지 살펴야 한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시험(PISA)’처럼 성적과 부모의 소득-학력-지위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학력 및 계층의 세습 정도도 알아봐야 한다.

 

첫 시행에서 나타난 부작용을 빌미로 시험제도를 공격하고 무력화하면 안 된다. 큰돈을 들여 치르는 시험인 만큼 국가백년대계를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정보와 정책적 함의를 더 많이 얻을 수 있도록 궁리하고 제도를 다듬어 가야 한다. / 동아일보 허승호 편집국 부국장

 

다음으로 KKK와 부동산 중개업자는 어떤 부분이 닮았을까? 정답은 정보의 비대칭성이다.

 

KKK는 정치가나 부동산 중개업자, 주식 중개인과 마찬가지로 그들이 지닌 폐쇄적인 정보 덕분에 강력한 힘을 행사할 수 있는 단체였다._93

정보로 무장한 전문가들은 어마어마한 무언의 지레효과를 활용할 수 있다. 바로 공포심이다._99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지식 정보사회라고도 하는데, 바로 정보가 중요한 자산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정보는 바로 부와 연결된다. 그리고 정보의 접근 및 제한성과 정보의 비대칭성이 사회적 지위와 부를 얻게 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많은 사람들이 의사, 변호사, 변리사, 또는 건축가라는 ‘전문가’가 되기를 희망하는 이유 중에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이 문제다.

 

어떤 정보를 거래할 때, 흔히 특정 그룹이 다른 그룹보다 더욱 유용하고 훌륭한 정보를 지니는 경우가 있다. 이는 경제학자들의 용어를 빌리자면 ‘정보의 비대칭’이라 불린다. 우리는 누군가(대부분 전문가)가 다른 사람들(소비자) 보다 많은 정보를 알고 있다는 자본주의의 진리를 인정한다. 그러나 인터넷의 출현으로 인해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은 커다란 타결을 입게 되었다._95

 

의대를 다니는 친구가 농담으로 이런 이야기를 해줬다. 옛날에는 환자들이 의사 말이라면 모두 믿었는데, 요즘은 처방해 주면 인터넷으로 약성분 검색해서 이걸 왜 처방해 주었냐고 따진다고 한다. 친구의 말에 따르면 의사들도 그냥 관습상 처방을 많이 하기 때문에 참 난감하다고 한다. 전문가들의 입장에서는 인터넷의 폐해이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혜택일 것이다. 어쨌든 정보의 비대칭성은 이 시대에서 성공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임은 분명하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책에서 가장 논란의 대상이 될 만한 부분은 바로 ‘낙태’와 ‘범죄율’의 상관관계 부분이다. 저자는 경제학자이므로 윤리학을 넘어서 경제학적 관점으로 이 사안을 바라본다. 간단히 결론만 말하면 ‘낙태 허용’이 ‘범죄율 감소’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를 입증하는 자료는 상당히 많다. 하지만 이를 실제로 입증하기 위해서는 저자가 스스로 제기 하듯이 ‘낙태와 범죄율은 상관관계인가 아니면 인과관계인가?’라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상관관계란 두 가지 요소 사이에 일정한 경향이 있음을 뜻할 뿐이다. 반면에 두 요소 사이에 ‘원인’과 ‘결과’의 관계가 있어야 그것을 인과관계라고 부를 수 있다. 경제학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표현하자면, 범죄의 감소는 낙태 허용에 따른 의도하지 않은 혜택일 따름이다. 물론 저자는 다음과 같은 논리를 전개시킨다.

 

모친이 아이를 세상에 내보내고 싶지 않았음에도 낳을 수밖에 없어서 태어난 이이들이 존재하지 않는 세대가 계속 성년이 되어감에 따라 범죄율은 꾸준히 감소했다. 낙태의 합법화는 원치 않는 출산을 줄였다. 원치 않는 출산은 범죄율을 높인다. 따라서 낙태의 합법화는 범죄율을 낮춘다._184

 

저자가 말했듯이 낙태가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범죄 감소 요인이었다는 발견은 말할 필요도 없이 대단히 불쾌한 일이다. 윤리과 경제성이 만나면 그 해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저자는 개인의 슬픔이 공공의 이익으로 전환된다는 개념이 맘에 안 든다고 종교나 도덕적 근거를 들어가며 낙태에 반대할 필요까지는 없다._187 라고 주장한다. 경제학적 입장에서 본다면 합리적인 선택이지만 말 그대로 불편하긴 하다. 인간의 생명을 쓰기 싫으면 버리는 생산품과 같이 취급할 수 있는가?라는 윤리적 관점이 인간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모든 가치를 수치화 시키고 환전화 시키는 경제학적 관점이 불편하다. 하지만 사람마다 보는 관점이 있고 중요시 하는 가치가 있으니까 그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언젠가 선배님이 이런 질문을 나에게 던졌다.

 

“네가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이 자리에서 증명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말문이 꾹 막혔다. 내 가치를 어떻게 가시화 할 것인가? 지금의 나를 보여줄 수 있는 건 토익점수, 학점, 연봉, 아니면 내가 지금 전화해서 꿀 수 있는 돈의 액수? 등 등 결국 다 숫자들로 치환되거나 환원 된 것들 아닌가? 결국, 경제학자들이 하는 것처럼 이 사회에서는 마음이 불편하더라도 자신의 가치를 어떤 가시적인 것으로( 그것이 숫자가 되었든 아니면 지위가 되었든) 치환시켜야 할 것 같다. 결국 프로 선수들이 ‘연봉 협상’에 민감하게 매달리는 것도 바로 그것이 자신의 가치 또는 자존심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