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움 썸네일형 리스트형 참을 수 없는 삶의 가벼움과 무거움에 대하여_화장_김훈 “운명하셨습니다.” 당직 수련의가 시트를 끌어당겨 아내의 얼굴을 덮었다. 시트 위로 머리카락 몇 올이 빠져나와 늘어져 있었다. 심전도 계기판의 눈금이 0으로 떨어지자 램프에 빨간 불이 깜박거리면서 삐삐 소리를 냈다. …휴대폰이 죽는 소리는 사소했다. 맥박이 0으로 떨어지면서 아내가 숨을 거둘 때도 심전도 계기판에서 그런 하찮은 소리가 났다. ■ 인간의 죽음이라는, 어떻게 보면 가장 무겁고 비감한 현실에 맞닥뜨린, '나'는 정작 슬픔이나 애통함을 별로 보이지 않는다. 죽음이라는 커다란 절벽 앞에서 사람이 어떻게 할 수 없음에 절망하고 체념한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죽음에 대해 망각하고 살아간다. 그러다 가끔 나의 존재가 언젠가는 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삶이 허무..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