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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도시와 건축

우리 궁궐이 들려주는 조선의 역사_우리 궁궐 이야기_홍순민

 

 

 

*우리 궁궐 이야기_홍순민

 

외국인이 서울을 구경시켜 달라는 부탁을 한다면 우리는 서울의 어느 곳을 떠올릴까? 화려한 유행의 거리 명동을? 아니면 수많은 외제차들과 높은 아파트들이 밀집한 강남지역을 구경시켜줄까? 아니면 서울의 중심부에 우뚝 선 남산 타워를 소개 시켜 줄까? 모두 아닐 것이다. 아마 우리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은 우리의 궁궐일 것이다. 서울에는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경운궁, 경희궁 이렇게 다섯 궁궐이 있다. 궁궐이란 어떤 곳인가? 쉽게 말하면 왕이 살던 곳이 아닌가? 한 나라를 통치하던 왕이 살던 곳이라면 우리의 민족의 정신과 국가를 상징하는 문화재 이상의 상징성이 강한 장소이다.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우리는 우리의 궁궐에 대해 너무도 모르고 있다.

 

서울에 오래 살았던 사람들도 경복궁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창덕궁과 창경궁을 구분하지 못한다. 심한 사람은 우리의 궁궐을 그저 시민들의 소풍장소로 여기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궁궐은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바로 알기 위해서라도 궁궐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물론 나도 명세기 건축과에 다니고 있지만 궁궐을 가본 적이 별로 없다. 그저 덕수궁(경운궁)돌담길이나 걸으며 유치한 감상에 젖어 봤을 뿐이다.

 

내가 고궁을 잘 가보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고궁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사전 지식 없이 섣불리 답사를 나섰다가는 외국인들이 관광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우리의 궁궐을 조금이나마 알기위해 『우리 궁궐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우리의 다섯 개의 궁궐을 답사하듯 적어 놓은 글이다. 저자는 먼저 우리의 땅 서울에 대해 간략한 사전 조사를 하고 궁궐의 짜임새를 간략하게 소개한다. 그리고 우리의 궁궐 역사를 대략적으로 훑고 본격적인 답사가 시작된다. 저자는 국사학과를 나온 사람이다. 고건축을 공부한 사람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그가 우리의 궁궐을 보는 관점은 건축적인 관점보다는 그것이 가지는 역사적 의미 그리고 그 속에 담겨진 우리의 가슴 아픈 역사를 들려준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점은 지금 우리가 보는 궁궐의 모습이 예전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궁궐이 죽은 이유는 세월의 풍화작용에 따라 저절로 그렇게 된 데 있지 않다. 누군가 불순한 저의와 치밀한 계산을 갖고 망가뜨리고 뒤틀어놓은 결과요, 무지와 무관심 그리고 반문화적인 만용의 산물이다. p7

 

 

우리 민족의 수난 시대인 일제시대를 겪으며 우리의 궁궐은 수많은 왜곡과 돌이킬 수 없는 훼손을 입었다. 그리고 문화를 사치스러운 것이라고 여겼던 개발시대를 겪으며 복원 아닌 복원을 하게 되었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궁궐들...그곳에서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은 우리의 역사일 것이다. “근정전이 멋있다. 경회루가 사진 찍기가 좋더라.”가 아니라 사소한 담벼락의 그림에서 그리고 관람객에게 소외당한 장소에서도 옛 삶을 느끼고 의미를 배워야한다. 그것이 진정한 답사일 것이다.

 

 

궁궐의 원형이란 언제적 모습을 가리키는가. 원형은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다. 궁궐이 궁궐로서 살아 있던 시절, 그러니까 왕이 그곳에서 살던 시절의 모습은 모두 원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원형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궁궐이 살아있던 어느 한 시점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그칠 수밖에 없다. p.306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남도 일대로 답사를 갔었다. 금산사와 다산초당 그리고 윤택가옥, 녹우당 등 우리의 고건축을 접할 수 있었다. 그 때 문화재 보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저자가 언급했듯이 문화재는 어찌 보면 죽은 껍데기이다. 그것에 생명을 불어 넣는 것은 우리의 올바른 역사관과 관심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의 궁궐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어 만족스럽다. 이제 할 일은 직접 답사를 떠나는 일일 것이다. 이제 관람이 아닌 답사를 떠나야 한다. 1학년 여름 답사를 갔을 때 한 선배가 이런 말을 해주셨다. 답사에서는 많은 지식을 얻어 가는 것이 아니라 많은 질문들을 얻어가는 것이라고. 참 마음에 와 닿는 말이다. 이제 나도 나에게 던져질 많은 질문들을 얻기 위해 우리 궁궐로 향해야겠다.

 

 

 

우리 궁궐 이야기
국내도서>역사와 문화
저자 : 홍순민
출판 : 청년사 2005.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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