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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도시와 건축

건축을 묻다_서현_건축이란 행위의 본질에 대한 서현 교수의 답안

건축을 묻다
국내도서>예술/대중문화
저자 : 서현
출판 : 효형출판 2009.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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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 때, 서현 교수님의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를 읽었다. 무턱대로 들어간 건축과가 무엇을 배우는 곳인지 몰라 아무 생각없이 건축관련 도서 베스트셀러를 구입했는데 그것이 바로 서현교수님의 책이었다. 책을 다 읽고, 건축가들은 대충 이런 일을 하는구나 하고 이해했을 무렵, 서현 교수님의 특강을 들을 수 있었다.

 

2시간 동안의 강연. 서현 교수님은 거장 건축가들의 작품을 보여 주시며, 건축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그들 디자인의 개념과 실현 방법을 또렷한 목소리로 이야기 했다. 강연의 마지막 루이스칸의 "솔크 연구소" 사진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강연이 끝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져 나왔고 내 마음 속에서는 두려움과 좌절감이 밀려왔다. 나는 저런 건축가가 될 수 있는 것일까? 나에게 저런 자질이 있을까?

 

 

그 후로 6년이 지났다. 나는 대학교 4학년 졸업반이 되었다. 그리고 서현 교수의 새로운 책 "건축을 묻다"를 읽는다. 건축이란 무엇인가? 이 책은 단순하고도 어려운 앞의 질문에 대한 답이다. 정확히 말하면 서현 교수님의 답이다. 따라서 이 책은 서현 교수님의 건축론이라고 할 수 있다. 교수님의 전작과 다르게 "건축을 묻다"는 친절하지 않다. 잘 읽히지 않는다. 내용도 학술서에 가깝다. 읽으면서 대중 서적이었던 전작과 달라 조금 낯설었다. 하지만 교수님의 학문적 의지와 오랫동안 품어왔던 문제에 대한 답을 내야한다는 학자적 고민을 느낄 수 있었다.

 

교수님은 매장마다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질문에 명료하게 답한다. 물론 그것은 교수님이 스스로 찾아낸 답이기 때문에 보편적인 답변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애초부터 '정답'을 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원했을 것이다. 따라서 근원을 찾아 올라가는 계보학적 방법을 쓴다. 책에 따르면 일개의 건축쟁이었던 건축가는 이론서를 정립하고 학벌제도를 만들면서 지금의 건축가라는 지위를 쟁취해냈다. 그리고 아직도 진화 중인 건축가의 범주는 계속 열려있다.

 

 

“건축의 존재 이유, 존재 의미, 존재 가치는 인간의 생활을 재조직하는 데 있다. 이것이 바로 건축의 의미고 가치다. 그 조직자가 바로 건축가다. 건축가는 인간의 생활, 인간의 체계를 제안하는 사람이다. 건축이 그려내는 사회는 전복적 사회가 아니고 비판적 사회다. 건축가의 도구는 건축적 공간이다. 건축가의 무기는 비판적 성찰에 근거한 상상력이다. 사회에 대한 분석과 비판에서 시작해서 상상력으로 대안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건축가의 모습이다. 이것이 역사를 통해 건축가가 발견한 자신의 존재 의미다. 몇 세기에 걸쳐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존재이기를 원해 온 이들이 결국 찾아낸 모습의 현재형이다.”

 

교수님은 건축가를 사회를 재조직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이상적이다. 건축가는 사회를 재조직할 수 있는가? 거대한 자본 속에서 그것에 대항하여 건축가 자신의 철학을 현실화 할 수 있는가?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의지를 갖을 수 있는가?  아직도 수많은 물음표들이 찍힌다. 사람과 사회가 이상과 현실사이에서 갈등하면서 한발 한발 진보한다고 믿는다면 교수님이 정의하는 건축가는 이상적이지만 유효하다.

 

저물어 가는 나의 대학생활. 나는 4년 동안 무엇이 되었나. 그리고 무엇을 얻었나. 또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아직 이 질문들에 확실한 대답할 수는 없다. 너무 조바심 내지는 말자. 하지만 치열하게 고민해 보자. 그리고 그 힘든 고민의 터널 끝에 누구의 답도 아닌 나 자신만의 확신이 있었으면 한다.



서현 교수님 연구실 홈페이지
http://saltworkshop.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