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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삶의 가벼움에 대하여_하하하_홍상수 정말로 웃음이 절로 나오는 유쾌한 영화다. 영화를 보는 내내 계속 히죽히죽 낄낄 거렸다. 보통 소위 식자들이 삶의 '무거움'이나 사랑의 '고귀함'을 말하려고 한다면 홍상수는 삶과 사랑의 '가벼움'을 말하려는 듯 하다. 영화 속 인물들이 수없이 '사랑해'라는 문장을 내뱉지만 그 장면에서 관객들의 웃음이 터져 나온다. 이는 우리가 사는 삶이란 것이 생각만큼 심오하거나 진지하지 않고 오히려 모순적이고 비합리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남이 했던 말들이나 어디선가 들었던 말들이 이 사람에서 저 사람으로 옮겨다니고 영화 속 인물들의 상황과 적절히 어긋나면서 수박 겉 껍질만 핥다가 미끄러지는삶의 희극성이 드러나는 것이다. "내가 보기엔 넌 실존주의에 빠졌어..." "실존주의가 뭔데..? 뭐 잘 알지도 못하면서. 형이 .. 더보기
혹성 탈출 : 진화의 시작_원숭이들의 "혁명의 시작"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감독 루퍼트 와이어트 (2011 / 미국) 출연 제임스 프랭코,프리다 핀토,앤디 서키스 상세보기 혁명의 시작은 자신을 둘러싼 현실에 대한 인식과 그것에 대한 분노에서부터 시작한다. 시저는 자신의 종족인 침팬지들이 인간들에게 잔인하게 이용되는 처참한 현실을 깨닫고 각성한다. 그리고 우리(Cage)로 돌아가라는 사육사의 명령에 시저는 당당히 No!라고 외친다. 영화 제목은 "진화의 시작"이었지만 영화의 내용은 "혁명의 시작"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더보기
기계를 닮은 ‘인간’ 인간을 닮은 ‘기계’의 우화_월-E 싱가포르에서 어학연수 할 때 본 영화 ‘월E’는 내가 내용을 이해한 몇 안되는 영화 중 하나다.(거의 무성영화라고 보면 된다. 대사가 없는 만큼 감정을 전달하는 디테일이 감동적이다.) 이 영화는 어찌 보면 그냥 잘 만들어진 어린이용 영화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를 그냥 어린이용 영화로 치부하기에는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다시 본 월E는 나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첫 번째 질문은 ‘로봇이 감정 또는 의식을 가질 수 있는가?’이다. 월E는 자의식을 가진 로봇이다. 청소로봇 월E는 자신의 임무인 청소뿐만 아니라 취미인 수집활동도 함께 한다. 이러한 월E의 행위는 큰 의미를 갖는다. 취미를 갖는 다는 것은 자의식이 있다는 것이고 나아가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기 .. 더보기
여름 날은 간다_500일의 썸머 This is not a love story. It is a story about love. Love is...umm...a bull shit. 운명적 사랑이 있다고 믿는 남자가 있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 사랑은 없다고 믿는 여자가 있다. 둘은 서로 사귀게 되고 함께 잠을 자고 데이트를 한다. 여느 커플이 그렇듯이 둘은 헤어진다. 남자는 떠난 그녀를 이해할 수 없다. 운명이라 믿었던 사랑이 사라진 남자에게는 큰 상처와 아픔만 남는다. Tom: You know what sucks? Realizing that you believe in has been completely on a bullshit. That sucks. Summer: What do you mean? Tom: You know destiny, s.. 더보기
한국 자본주의 사회 속의 연애란?_멋진하루 "마석? 그게 어디야?" "춘천 가는 길 어디라는데, 암튼 뭐 사자마자 두 배쯤 올랐데." "나도 땅이나 사둘 걸 그랬나?" 영화는 두 남녀의 너무도 일상적인, 아니 일상적이 되어 버린 대화로 시작한다. 그리고 카메라는 경마장 풍경을 한번 훌 훑는다. "몰라 그냥 아무거나 찍어." "아.. 나 경마는 공부 안해봤단 말야." 부동산과 경마, 주식, 사람들은 온통 먹고사니즘에 집중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1년전 연인이었던 희수와 병운이 채무관계로 재회하는 모습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경마장에서 병운과 마주친 희수가 건낸 첫마디. "돈 갚아." 희수는 서른을 훌쩍 넘었다. 그리고 애인도 없다. 직장도 없다. 통장도 바닥이다. 완전 노처녀 백조다. 불현듯 병운에게 빌려준 350만원이 생각났다. 그래서 결심한.. 더보기
현재 진행형의 블랙코미디_하녀 영화는 한국 도시 속의 여성들을 카메라로 비추며 시작한다.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며 노는 여자들 술을 마시고 음식을 즐기는 여자들도 보이지만 대부분 노동을 하는 여성들이 보인다. 서빙을 하는 여성, 음식물 쓰레기통을 비우는 여성 그리고 음식점 주방에서 조리를 하는 여성들. 그들에게 담배를 피우는 자투리 시간조차 용납되지 않는다. 24시간 쉬지 않고 노동을 하지만 그들에게 돌아오는 돈은 쥐꼬리 만큼이다. 그들이 이러한 노동의 굴레를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런 광경 속에서 어느 여성이 옥상난간에서 투신 한다. 그리고 뼈가 아스팔트에 부딪혀 으스러지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짧은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일 뿐, 한 여성의 죽음은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외면된다. 아무도 그녀가 왜 옥상.. 더보기
나비가 되고 싶었던 어느 애벌레의 죽음_화차 화차 감독 변영주 (2012 / 한국) 출연 이선균,김민희,조성하 상세보기 영화는 다양한 텍스트로 해석될 수 있다. 어떤 이는 화차를 스릴러 영화로 읽을 것이고 어떤 이는 가녀린 여인의 운명을 그린 비극적 영화로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읽은 화차는 사회적 영화다. 영화는 검붉은 피를 뒤집어 쓴 나비가 그곳에서 헤어나오려 발버둥치는 모습을 긴장감 있게 그린다. 그녀는 왜 그 진창에 빠지게 되었는가. 결국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는 한국이라는 사회 시스템 때문이라는 것. IMF, 신용 불량, 사채로 이어지는 사회의 어두운 구렁텅이에서 그녀를 구해주는 손길은 보이지 않는다. 철저히 혼자이나 언제나 "불량"이라는 족쇄를 차고 기어다니는 애벌레. 그것이 바로 그녀의 삶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그 애벌레.. 더보기
원치 않는 새로운 삶을 받아들이는 어린 아이의 눈빛_여행자 여행자 감독 우니 르콩트 (2009 / 한국,프랑스) 출연 김새론 상세보기 이 영화의 한국어 제목은 '여행자'다. 그리고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은 "A brand new life"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어떤 영화 제목이 더 어울릴까 곰곰히 생각해 보았더니 "여행자" 보다는 "A brand new life"가 더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왜냐하면 영화는 새로운 삶과 맞닥들이게 된 한 소녀의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행자'라는 제목이 함축하는 바도 이 영화를 해석하는 데에 유효하다.) 주인공 진희는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보육원에 맡겨진다. 그녀는 아버지가 자신을 버렸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 아버지는 진희에게 함께 여행을 가는 거라고 했다. 그래서 진희는 아버지가 자신을 다시 찾으러 올거라고.. 더보기
말하는 건축가_Talking architect_건축가 故 정기용 선생님 다큐멘터리 나는 건축 설계 전공은 아니지만 건축가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다. 내성적 성격 때문인지 화려한 건축보다는 조용하고 아담한 공간들이 있는 건축물이 좋았다. 2010년에 故 정기용 선생의 건축전에 갔었다. 그리고 우연히 정기용 선생님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가 나왔다기에 예고편을 보았다. 예고편을 보는 내내 마음이 아리고 또 경건해졌다. 한 건축가의 삶. 그리고 그가 살았던 삶에 대한 선생의 자세. 그것을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났다. 올해 꼭 보러가야할 영화다. 더보기
페어러브_결핍과 사랑 사이에서 페어러브 감독 신연식 (2009 / 한국) 출연 안성기,이하나 상세보기 사진기는 복잡한 기계다. 수많은 기계 부품들이 오밀조밀 유기적으로 모여 하나의 정밀한 사진기를 만든다. 그래서 부품 하나만 잃어버려도 고장이 나기 일수다. 수 십년 동안 카메라를 고쳐 온 남자가 있다. 그의 삶은 카메라 속 부품이 작동하는 것처럼 째깍째깍 돌아간다. 그런 삶 자체가 자신이 생각하기에 안정적이고 부족한 것도 없기 때문에 그는 그만의 삶에 만족하면서 산다. 그는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 사느니 혼자 마음 편하게 사는게 낫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지만 기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사랑이 찾아온다. 여기서 나이는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사랑은 결핍에서 온다는 사실이다. 사랑을 하는 순간 우리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