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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영화

삶의 가벼움에 대하여_하하하_홍상수

 

 

 

정말로 웃음이 절로 나오는 유쾌한 영화다. 영화를 보는 내내 계속 히죽히죽 낄낄 거렸다. 보통 소위 식자들이 삶의 '무거움'이나 사랑의 '고귀함'을 말하려고 한다면 홍상수는 삶과 사랑의 '가벼움'을 말하려는 듯 하다. 영화 속 인물들이 수없이 '사랑해'라는 문장을 내뱉지만 그 장면에서 관객들의 웃음이 터져 나온다. 이는  우리가 사는 삶이란 것이 생각만큼 심오하거나 진지하지 않고 오히려 모순적이고 비합리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남이 했던 말들이나 어디선가 들었던 말들이 이 사람에서 저 사람으로 옮겨다니고 영화 속 인물들의 상황과 적절히 어긋나면서 수박 겉 껍질만 핥다가 미끄러지는삶의 희극성이 드러나는 것이다.

 

 

"내가 보기엔 넌 실존주의에 빠졌어..."

"실존주의가 뭔데..? 뭐 잘 알지도 못하면서. 형이 날 알아?"

"시간이 지나면 너도 내 말이 무슨 말인지 다 알게 될꺼야..."

 

 

이렇게 영화 속 인물들(특히 남자들)은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지만 이런 헛소리를 지껄인다. 하지만 자신을 사랑한다고 밥먹듯이 말하는  남자에게 "날 좋아한다면서 순대먹는 나는 싫어하잖아! 이기적이야."라고 한 방 날리는 애인의 대사는 이 영화가 말하려는 삶과 연애에 대해서 통쾌하게 말해준다.(물론 내가 이해한.)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파전에 막걸리나 한잔 하고 싶어 졌다.

 

"그래, 마시자 짠!."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