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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영화

사랑이란 절망과 슬픔 속에서 피어나고 또 지는 것_퐁네프의 연인들(The Lovers On The Bridge)

 

 

 

 

옛날 기억이 스쳐 지나간다. 횡계에서 초등학교들 다닐 때 우리가족은 가끔씩 차를 타고 강릉에 가서 영화를 보곤 했다. 횡계는 조그만 시골마을이었기 때문에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강릉으로 가야했다. 허름한 강릉 영화관에서 본 영화중에서 유일하게 제목이 기억이 나는 영화가 있다. “퐁네프의 연인들” 하지만 너무 어렸을 때라 영화에 대한 기억은 희미했다. 그냥 깨진 유리조각처럼 파편적으로 몇몇 장면들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 후로 10년 가까이 지난 후 다시 “퐁네프의 연인들”을 보게 되었다. 영화시작과 함께 슬픈 첼로소리가 가슴에서 울려 퍼진다. 우울한 푸른색 등이 켜진 터널을 지나 아무도 없는 파리의 밤을 비춘다. 그곳에 거리의 부랑자이자 곡예사인 알렉스와 점점 눈이 멀어가는 화가 미셀이 우연히 스쳐지나간다. 알렉스는 술에 취해 거리에 쓰러져 지나가는 차에 발목이 부러지고 그곳을 지나가던 미셸이 알렉스의 모습을 스케치북에 담는다.

 

알렉스는 보수공사로 인해 사람들의 통행이 금지된 “퐁네프 다리”에서 산다. (퐁네프의 뜻은 새로운 다리라는 뜻이지만 역설적으로 오래되어 보수가 필요한 다리다. “1989~1991년 까지 보수공사 중”) 그곳에 미셸이 들어온다. 폐허가 된 퐁네프라는 공간은 두 연인의 모습의 메타포다.

 

자신을 떠난 연인을 잊지 못하는 미셸. 그리고 그를 사랑하게 된 알렉스. “만약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오늘 하늘이 하얗다’고 말해죠. 그 사람이 나라면 나는 ‘하지만 구름은 검어.’ 라고 말할게”

 

어판장에 생기 잃은 생선처럼 눈이 멀어가는 미셸은 자신을 사랑하는 알렉스에게 의지하고 그를 사랑하게 된다.

 

“나를 이끌어줘. 맹인견처럼...”

 

하지만 거리에는 그녀의 얼굴이 담긴 포스터가 붙고, 그 곳에는 눈을 치료할 수 있다는 글이 적혀있다. 알렉스는 그녀가 자신을 떠날까하는 두려운 마음에 포스터에 불을 붙이지만 그런 알렉스의 마음을 아랑곳 하지 않고 무심히 흘러나오는 라디오 소리에 결국 그녀는 자신의 눈을 고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결국 미셸은 알렉스를 떠나고 상처받은 알렉스는 아픔을 잊기 위해 자신의 손을 총으로 쏘고 만다.

 

“아무도 내게 아픔을 잊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그 후 알렉스는 포스터에 불을 지른 죄로 방화범으로 몰려 2년간 감옥에 수감되고, 2년이 다 되어가던 어느 날, 미셸이 찾아온다.

 

“그때는 두려웠어...”

“왜 떠났니? 너는 겁이 너무 많아.”

“우리 6개월 뒤에 12시에 퐁네프에서 만나자”

 

3년의 시간이 흘러 퐁네프는 사람들과 차들이 지나다니는 공간이 되었다. 새로운 퐁네프, 치유된 공간에서 두 사람은 재회한다. 그곳에서 미셸은 다시 알렉스의 초상화를 그려주고 알렉스는 그녀를 위해 재주를 부린다. “난 사랑할 준비가 됬어.” 하지만 그녀는 다시 떠나려 한다. 알렉스는 떠나려는 그녀를 안고 세느강으로 뛰어든다. 퐁네프를 벗어나 새로운 곳으로 향해가는 연인들. 사랑이란 서로를 상처를 치유해주는 것이 아닐까.

 

“행복한 사람 이야기 알아? 카페에 두 사람이 있었어. 둘은 매우 취해서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 첫 번째 남자는 ‘난 2주일에 한번씩’ 두 번째 남자는 ‘한달에 한번 섹스를 하지’라고 말했어. 둘은 만족하지 않은 얼굴이었어. 이때 혼자 커피를 마시던 세 번째 남자가 크게 웃었어. 두 사람은 왜 웃는지 이상했지. 그래서 두 사람은 ‘얼마나 자주 섹스를 하냐’고 물었어. 그러자 그 남자는 아주 유쾌하게 ‘3년에 한번씩 하죠.’ ‘뭐라고? 3년에 한번씩?’ ‘그런데 어째서 당신은 그렇게 행복한 얼굴이죠?’ 세 번째 남자가 대답했어.

‘바로 오늘이 그날이죠.’...오늘이 그날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