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이상한 가족이 있다. 아빠라는 사람은 말도 안되는 9단계 이론을 입에 달고 다니며 가족에게 매일 태클을 걸며 지 잘난 맛에 살고 있고, 엄마는 운전중에 담배를 뻑뻑 피우고 다니고, 할아버지는 요양원에 보내놨더니 마약을 해서 쫓겨나 집에 돌아오더니 손자에게는 여러 여자랑 자보라는 진심어린 충고를 일삼는다. 거기다 띨띨한 표정으로 일관하는 장남이라는 놈은 공군사관학교에 가겠다고 합격할 때까지 아무 말도 안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삼촌이라는 작자는 자신이 가르치는 남자대학원생을 사랑하다 명예와 직장까지 잃고 자살을 기도를 한다. 그나마 귀엽게 똥배가 나온 막내딸은 가족의 즐거움이자 희망이지만 “미스 리틀 선샤인”에 나가서 우승을 하겠다는 불가능에 가까운 꿈에 부풀어 있다. 과연 무엇이 이 가족을 구원할 것인가. 미스 리틀 선샤인?
이 콩가루 가족은 사랑스러운 딸 올리브를 미스 리틀 선샤인 대회에 출전시키기 위해 900마일이나 떨어진 캘리포니아로 향한다. 그것도 아주 싸구려 미니버스와 함께. 이 황당한 여정이 시작되면서 영화는 일종의 로드무비로 변한다. 캘리포니아로 가는 동안 아빠는 동업자였던 놈에게 배신을 당해 쫄딱 망하게 되고, 삼촌은 우연히 예전에 사랑했던 대학원생을 만나지만 포르노 잡지사는 것을 들키고 만다. 또한 묵언수행을 하던 장남은 자신이 사관학교를 지원할 수 없는 색맹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는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리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할아버지는 헤로인 과다복용으로 세상과 이별하시고, 죽어서도 편히 쉬지 못하시고 버스 트렁크에 눕게 되었다. 그들에게 구원은 오직 미스 리틀 선샤인 우승 뿐.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대회장에서 가족들은 다시 한 번 좌절하게 된다. 이게 어린애들인가? 아니면 어린애들의 탈을 쓴 슈퍼모델들인가? 어린 것들이 S라인 몸매를 자랑하며 미스 아메리카 뺨치는 포즈와 가식적인 웃음으로 무장한 이 녀석들을 이길 수가 있을까? 이 녀석들의 장기자랑은 장기수준을 넘어 연예인 수준이다. 드디어 올리브의 차례. 올리브가 사회자의 마이크를 빌려 말한다.
“이 춤을 할아버지에게 바치고 싶어요. 할아버지가 가르쳐 주셨거든요.”
“오~너무 귀여워요. 할아버지는 어디계시니?”
“트렁크 안에요.”
그리고 들려나오는 음악 Rick james의 “Superfreak”에 맞춰 자신의 엉덩이를 연신 두드리며 시작된 올리브의 춤은 대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어버린다. 심사위원장은 저 더러운 계집애를 끌어내리려고 하지만 아빠를 시작으로 가족들이 모두 스테이지로 올라가 보기에도 민망한 막춤을 춤으로써 대회 마지막을 가족들만의 사적인 무대로 장식한다.(나는 여기서 마티즈의 그림 “춤”이 떠올랐다.)
이 영화에는 니체와 프로이트가 나온다. 두 사람 모두 당시사람들 보기에는 실패자(Loser)들이었다. 하지만 니체는 근대의 한계를 넘은 최고의 철학자로 평가 받게 되었고, 프로이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명작을 쓴 위대한 작가로 추대 받게 되었다. 이 영화에서 니체는 “웃음”을 프로이트는 “고난”을 이겨내는 것을 의미한다. 니체는 권위라는 “중력의 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웃어야 한다고 주창했고, 또 춤을 배워야한다고 말했다. 올리버의 가족들은 우스꽝스러운 춤을 통해 바로 미스 리틀 선샤인이라는 권위와 제도 체계를 비웃고 조롱했다. 물론 그들이 외관상으로는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그보다 더 큰 진리인 가족을 얻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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