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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수필과 소설

타오르는 불꽃같은 생에 대하여_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_전혜린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_전혜린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처음에 전혜린의 글을 읽는 것이 조금 두려웠다.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그녀. “고독”과 “허무” 그리고 “죽음”처럼 우울한 단어들이 나에게 스며들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글을 읽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내가 예상했던 것들은 모두 기우였다. 그리고 나는 그녀, 전혜린을 만났다.

 

 

"노을이 새빨갛게 타는 내 방의 유리창에 얼굴을 대고 운 일이 있다. 너무나 광경이 아름다와서였다. 내가 살고 있다는 사실에 갑자기 울었고 그것은 아늑하고 따스한 기분이었다.

 

또 밤을 새고 공부하고 난 다음날 새벽에 닭이 일제히 울 때 느꼈던 생생한 환희와 야생적인 즐거움도 잊을 수 없다. 머리가 증발하는, 그리고 혀에 이끼가 돋아나고 손이 얼음같이 되는, 그리고 눈이 빛나는 환희의 순간이었다.

 

완벽하게 인식에 바쳐진 순간이었다. 나는 그것을 다시 소유하고 싶다. 완전한 환희나, 절망, 무엇이든지..."

 

 

 그녀의 삶은 투쟁의 연속이었다. 자유를 향한 정신과 땅으로 끌어내리려는 현실세계가 대결해 나가는 투쟁과정. 그녀는 선천적으로 고독했지만 생을 부정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아니, 오히려 누구보다 생을 긍정했고 생의 완벽성을 추구했다.

 

 

 "목적을 가진 생활, 그 일 대문이라면 내일 죽어도 좋다는 각오가 되어 있는 생활, 따라서 온갖 물질적인 것에서 해방되어 타인의 이목에 구애되지 않는 생활이 그것이다."

 

 

 나는 삶을 어떻게 살고 있는가? 살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살아지고 있는 것인가? 아직도 이런 의문들이 나의 머릿속을 맴돈다. 나는 전혜린이 추구했던 삶에 대한 열정과 애착을 소유하고 싶다. 무의미하고 건조한 삶보다는 그것과 투쟁하며 삶을 알아가고 또 긍정하고 싶다.

 

 

 "언제나 내 입에는 '출발하기 위해서 출발하는 것이다'라는 어떤 시인의 싯귀절이 떠나지 않았고 갑자기 지평선이 무한대로 넓어진 느낌이 났었다. 그 때의 그 신선한 흥미와 이유없는 마음의 약동을 아마 나는 일생 다시는 가져보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전혜린에세이1)
국내도서>시/에세이
저자 : 전혜린
출판 : 민서출판사 2002.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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