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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영화

그랜 토리노_숭고함에 대하여

그랜 토리노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2008 / 미국,독일)
출연 클린트 이스트우드,크리스토퍼 칼리,비 뱅,아니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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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목사가 장례식에서 설교를 한다.

 

"카톨릭에서 죽음은 달콤 쌉싸름한 것이라고 합니다.

쓴맛은 고통이고 단맛은 구원입니다."

 

그리고 설교를 듣고 있던 어느 노인이 불쾌한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애송이같은...미치겠군..."

 

그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그리고 전역 후에는 포드에서 40년을 일한다. 그리고 지금은 퇴직하고 집에서 홀로 살아간다. 그는 전형적인 늙은 보수 미국인이다. 그에게 변화는 달갑지 않다. 자기가 사는 마을에 왜 이리 동양인들이 많으냐며 투덜대고, 자기 잔디 밭에 누가 들어오는 것도 싫어한다. 그리고 공권력이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자신을 지키는 것은 바로 자신일 뿐이라고 믿는다.

 

사람들은 당신을 존경하지도 않고 쳐다보기도 싫어한대요.

살아가는 방식이, 음식은 풍미가 없고 인생에도 지쳐있대요.

과거에 저지른 어떤 잘못 때문에 삶에 만족을 못하고 있대요.

당신은 인생에 아무런 기쁨이 없대요.

 

그는 남자답다. 아니 서부의 카우보이 같다. 하지만 늙어가는 그리고 역사 뒤편으로 사라져가는 죽어가는 카우보이 같다. 그의 몸도 서서히 죽어간다. 그도 그것을 알고 있다. 그는 가끔 피를 토하면서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을 예감한다.

 

누구에게나 죽음은 두려운 존재다. 그도 그렇다. 검진 결과가 말하는 건 병명과 평균적으로 계산한 살아있는 남은 날들이다. 의지할 곳은 없어 보인다. 그는 심지어 가족들에게서 조차 고립되어 있음을 느낀다. 하지만 그는 당당하다. 죽어가는 몸이지만 그는 당당하게 '손가락 총'을 상대방에게 겨눈다. 마치 너따위는 두렵지 않다는 듯이.

 

숭고함이란 무엇인가? 일본 우익들은 나이 어린 병사들을 천황의 이름으로 진주만의 화염 속으로 스스로 뛰어들게 했던 '광기'어린 '가미카제'를 기리며 숭고함을 떠올린다. 미국은 어떤가 수많은 영웅들을 만들어 인류를 위한 죽음을 조장하여 인위적 숭고함을 만들려고한다.

 

하지만 그의 죽음은 실존적이다. 마지막 그의 선택과 죽음을 준비하는 모습들 속에서 실존적 예수의 모습이 겹쳐진다. 강하게 보이려고 하는 자들 그리고 악하게 보이려고 하던 자들은 오히려 겁쟁이었다. 그가 빼든 것은 총이 아니라 진정한 숭고함이었다.

 

그랜토리노.